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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2000만원이면 석·박사" 의과대학 '학위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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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부 의사가 의과 대학원 관계자 등에게 돈을 주고 석.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고교 교사의 답안지 대리작성과 대학생들의 대리시험 파문에 이은 의료계의 이 같은 불법 행위는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우리나라 교육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전주지검 특수부는 28일 전북지역의 일부 대학이 의사들에게서 돈을 받고 석.박사 학위를 준 혐의를 잡고 관련 대학으로부터 2000년 이후 학위 취득자 및 지도교수 명단을 건네받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 대상은 전북대.원광대.우석대.서남대 등 의대와 치대.한의대가 있는 대학들이다.

검찰은 이 명단을 토대로 학위를 받은 의사들이 각 대학원 수업에 실제로 참여했는지, 논문을 본인이 직접 작성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부 교수는 석.박사 과정을 신청한 의사들에게서 700만~2000만원 정도의 돈을 받고는 대학원생들에게 논문을 대신 써줄 것으로 지시한 의혹이 있다"면서 "특히 일부 의사는 아예 수업에 참석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의료계에서는 "석사는 700만원, 박사는 2000만원 안팎을 주면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자료 검토를 끝낸 뒤 이르면 다음주 초부터 대학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는 한편 관련자들의 계좌에 대해 자금추적 작업을 하기로 했다.

한편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일부 대학과 의사들은 그동안 사용해 온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교체하는 등 관련 자료를 파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대학에선 학위를 수여해주는 대가로 받은 돈을 되돌려주는 소동도 일어나고 있다.

?'학위 장사' 이유와 과정=의사들은 "돈을 주고 석.박사 학위를 받는 것은 의료계에서는 수십년 동안 이뤄진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의대교수는 "개업한 의사들은 병원 문을 닫은 채 수업에 참석하거나 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돈을 내고 학위를 취득해 왔다"며 "액수만 다를 뿐 전국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비슷한 실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개업의사들이 엉터리 학위를 받으려는 것은 간판 때문이다.

단순히 '○○원장'이라는 명함보다는 '○○의학박사'라는 명패가 환자들에게 더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의사는 관행처럼 대학원에 등록한 뒤 '실험실습비와 논문 작성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건넨다는 것이다.

이 돈은 연구실 운영비나 학교발전 기금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일부 교수는 이 돈으로 차를 바꾸는 등 사적인 용도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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