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극복하며 수출 증가율 가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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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탈리아는 명품과 오페라, 관광의 나라다. 그러나 우리에겐 2002년 월드컵 8강전의 기억이 강렬하다. 안정환이 역전골을 넣고 반지에 입맞춤하던 모습 말이다. 한국은 이탈리아를 누르고 4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비슷한 장면이 산업계에서 연출됐다. 이번엔 수출이다. 상반기 한국의 수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세계 7위를 기록했다. 이탈리아를 8위로 밀어내면서다. 지난해 8위였던 벨기에도 제쳤다.


1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상반기 수출액에서 한국(2215억 달러)을 앞선 나라는 중국과 미국·독일·일본·네덜란드·프랑스뿐이었다. 지난해는 영국(올해 1914억 달러·10위)을 제치고 9위 수출국이 됐었다. 한국의 수출 순위가 계속 오르는 까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수출 증가율에 가속도가 붙었기 때문이다. 상반기 수출 증가율 34.3%를 기록, 10대 수출국 가운데 일본(44.4%)과 중국(35.2%)에 이어 세 번째를 기록했다.

하반기 수출 전망도 나쁘지 않다. 지경부는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236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상반기 99%의 수출 증가율을 나타낸 반도체는 하반기에도 33.1% 늘어 255억 달러를 수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185억 달러·26.0%), 석유제품(164억 달러·22.1%), LCD 등 액정장치(162억 달러·18.1%) 등도 수출을 이끌 전망이다. 다만 휴대전화를 비롯한 무선 통신기기는 상반기 17.1% 줄어든 데 이어 하반기에도 8.4% 감소한 143억2500만 달러의 수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수입은 25% 늘어난 2221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하반기 무역수지는 144억 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해 올해 무역수지 흑자는 320억 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는 올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제시된 흑자 목표(230억 달러)보다 90억 달러 높여 잡은 것이다.

한편 지난달의 무역수지는 수출 375억2900만 달러, 수입 354억52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7개월째 흑자(20억7700만 달러)를 이어 갔다. 하지만 사상 최대였던 7월(55억1000만 달러)보다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경부는 여름휴가 등 계절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예년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식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현 추세로 볼 때 연간 세계 수출 순위에서 8위 정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9월 무역흑자는 추석 연휴가 있어 지난해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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