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의 힘!… 결승전서 또 2골, 카타르 청소년축구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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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수선수상과 득점상을 받은 박주영이 양손에 트로피를 들고 있다. [도하 AP=연합]

1998년 어느 날. 대구 청구중 1학년 박주영을 담임교사가 불렀다. "주영아, 너 이번에 IQ 검사에서 150이 나왔어. 이런 좋은 머리로 왜 운동을 하니. 당장 그만두고 공부를 해." 주영이는 말했다. "선생님, 전 축구가 좋아요. 좋아하는 걸 해서 최고가 되고 싶어요."

그 6년여 뒤 박주영은 '국민 골잡이'로 우뚝 섰다. 왼발.오른발.머리 가릴 것 없이 문전에서 기회만 잡으면 어김없이 골로 연결시키는 가공할 파괴력과 순간 스피드. 온몸에서 발휘되는 누구도 흉내 못 낼 '축구끼'다. 70년대 차범근(현 수원삼성감독)이래 이렇게 온 국민을 흥분시키고 즐겁게 해주는 선수는 드물었다. 요 며칠 카타르 8개국 청소년축구대회 기간 중 그의 골 세리머니는 국민 눈에 친숙해졌다. 양팔을 벌리고 코너 쪽으로 달려가 잔디 위에 미끄러지면서 무릎을 꿇고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 그리고 일어나 스타킹을 올려 고쳐 신는 마무리 동작.

▶ 골 세리머니 네 게임에서 아홉 차례나 지켜봐 이제는 눈에 익숙해진 박주영의 골 세리머니. 감각적인 슛으로 골을 넣은 뒤①, 두 팔을 활짝 벌리고②, 때론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기도 하며③, 두 팔을 하늘로 향하고 눈을 감은 뒤④,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⑤. [연합]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답게 차분하고 착실하고 겸손하다. 하지만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는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겠다는 야심을 가슴속에 담고 있는 당찬 청년이다.

박주영은 카타르 8개국 청소년대회 일본과의 결승전(27일)에서 또 2골을 터뜨리며 3-0 완벽승을 이끌었다. 이번 대회 한국이 넣은 11골 중 9골을 독식했다. 당연히 득점왕에 최우수선수(MVP) 트로피까지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 이어 국제대회 2연속 '트리플 크라운(팀 우승.득점왕.MVP)'이다. 국제 청소년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기록한 최다골(63년 박인선.8골)을 넘어섰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결승전(중국전 2-0승) 이후 '5경기 연속 2골 이상'을 넣는 새 기록도 만들었다. 차범근이 갖고 있는 국제대회 연속경기 골(7경기) 기록에도 한 경기 다가섰다.

박주영의 팬카페에는 하루 300명 이상이 새로 등록하고 있다. 27일 오전 1시45분 시작한 결승전 TV 시청률은 10.6%(닐슨 미디어 리서치)로 평균(2.2%)의 다섯배에 가까왔다.

◆ 힘받는 대표팀 발탁론='대표팀 발탁론'도 점점 힘을 얻는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 이장수 FC 서울 감독, 최순호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 등은 "박주영의 기량은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라도 대표팀에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아직 대표팀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며 조심스럽다. 하지만 "경기에는 못 뛰더라도 대표팀에서 훈련하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만큼 더 좋은 경험이 없다"는 재반론도 나온다. 아마도 시간 문제일 것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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