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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김명현 시스템베이스 대표 ‘카약 경영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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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김명현 대표가 지난달 27일 강원도 평창군 금동계곡에서 카약으로 평창강을 종주하고 있다. [정치호 기자]

지난달 27일 오전 강원도 평창의 금당계곡. 해발 1000m가 넘는 금당산과 거문산 사이를 가로지르는 평창강 줄기를 따라 치마벼루·봉황대 같은 절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날 시리얼통신 전문업체인 시스템베이스㈜의 김명현(62 ) 대표 일행은 카약으로 평창강 종주를 시작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매주 금요일 40여 명의 임직원, 협력회사 관계자 등과 한강을 완주하는 카약 타기를 하고 있다. 이미 충북 옥순대교~태백 검룡소~경기도 양수리에 이르는 1차 코스를 완주했고, 이번에 금당계곡에서 시작하는 2차 코스에 도전하는 것이다.

시스템베이스는 LG전자 출신의 김 대표가 1987년 설립한 시리얼통신 전문업체다. 시리얼통신은 공장·댐 등에서 산업장비를 제어할 때 주로 사용되는 기계 간 통신을 일컫는다. 지하철 개찰구에서 ‘삐’ 소리를 내면서 중앙컴퓨터로 신호를 보내는 ‘멀티포트’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 회사는 삼성SDS·KT 등과 거래하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70%, 연 매출은 100억원 수준이다. 김 대표는 “위기관리를 다부지게 한 덕분에 23년간 적자를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 시장에 한계를 느껴 조만간 독일·중국·미국에 진출한다. 이를 통해 2~3년 내 연 매출 500억원대 회사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카약을 처음 시작할 땐 물 위에서 균형 잡기도 힘들었다. 나름 자신감이 붙으니까 종주에 도전한 것이다. 사업에서도 자신감이 붙었다. 20년 넘게 쌓아온 반도체 설계능력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해외에서 이름값을 할 것이다.”

김 대표는 2006년 당뇨병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강원도 영월에 주말농장을 마련하고 휴양 겸 농사를 짓다가 카약 동호회원들을 만난 것이 카약을 타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부터는 매주 금요일을 ‘카(약)요일’로 정하고 임직원과 취미를 공유하고 있다. 소속 부서나 직급, 나이별로 한 팀을 만들어 금요일 아침 8시 카약 출발지점으로 출근하는 방식이다.

마침 바로 전날 장대비가 뿌린 탓에 평창강은 수량이 불었고 물살이 거셌다. 김 대표가 말하는 카약 타기의 핵심은 넓은 시야와 빠른 판단력이다. “강물은 잔잔할 때는 시원한 청량제 같지만 한번 성이 나면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로 돌변한다. 핵심은 물길을 읽는 것이다. 미리 50~60m 앞을 내다보면서 어느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러면 아무리 사나운 물결을 만나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다. 기업이 미리 위기관리를 하면 그 위기를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면 돌파를 해야 할 순간도 있다. 김 대표는 “눈앞에서 바위를 만나면 그대로 뛰어넘는 것이 상책”이라고 조언했다. 어설프게 움직였다간 뒤집히고 몸을 다칠 수 있어서란다. 평창=이상재 기자

평창=이상재 기자
사진=정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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