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새 교과부 장관 ‘과학 중시’ 초심 잃지 말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교과부 장관이 부처 소관 연구소나 대학을 둘러본 것을 대단한 일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첫 발걸음을 과학계 쪽으로 돌렸다는 점에 고무될 정도로 우리나라 과학계의 현실은 초라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과학 전담 부처인 과학기술부가 교육부로 흡수 통합된 뒤 과학기술계의 분위기는 여러모로 위축돼 있다. 과학계 전체를 이끌 컨트롤 타워가 없 다. 이 장관이 이날 과학계의 어려움을 적극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인 것은 다행이다. 연구원장들은 그와의 간담회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출연 연구소를 손보는 것이나, 지금 추진 중인 정부 출연 연구소 구조조정 작업은 문제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연구 잘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인데 그 반대가 된다면 큰 문제다. 정책 추진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답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구조조정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방법을 달리해 보겠다는 시사로 받아들여졌다.

과학계는 과학에 대한 이 장관의 관심이 이날 대덕행처럼 앞으로도 한결같기를 바란다. ‘과학이 교육에 치여 홀대받는다’는 여론을 잠재우려는 제스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 이전에 입각한 현 정부의 두 교과부 장관도 취임 직후에는 과학기술계를 중시하겠다고 다짐했다. 하나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새 장관 일정은 교육 현장 쪽으로 채워졌다. 공교육 확립, 사교육 대책 등 국민적 당면 관심사에 시간을 쏟는 걸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한국의 미래를 먹여 살릴 과학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경쟁력을 잃어 갈지 모른다. 과학기술자들은 집단행동을 하거나 한목소리를 외치는 데 능하지 못하다. 그런 과학계의 ‘무언(無言)의 함성’에 새 장관은 늘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