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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투병력 철수한 이라크 20곳서 테러·테러·테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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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라크에서 25·26일(현지시간) 정부군·경찰을 겨냥한 동시 다발 테러가 발생해 2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워싱턴 포스트(WP) 등 외신은 25일 오전 3시간 동안 남부 바스라에서 북부 모술까지 10여 개 도시·마을에서 20여 건의 연쇄 테러가 발생, 최소 61명이 숨지고 219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이번 테러는 미국이 “이라크전 개시 이래 처음으로 주둔 병력이 5만 명 이하로 줄었다”고 발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발생했다. 26일에는 바그다드 북쪽 무크다디야 지역에서 이라크 정부 준군사조직 ‘이라크의 아들’ 소속 대원 6명이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숨졌다. 이라크 내부에서는 “저항세력의 테러가 극에 달했던 2006~2007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미군 철군 일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폭탄 테러로 부서진 이라크 바그다드의 한 건물 잔해 앞에 여성과 어린이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라크에선 전날 10여 개 도시·마을에서 20여 건의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해 28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미국 전투병력이 철수한 뒤 하루 만이다. [바그다드 AP=연합뉴스]

◆이라크 군경, 하루 5명씩 숨져=25일 테러로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은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쪽으로 170㎞ 떨어진 쿠트시다. 이곳에선 한 남자가 폭발물을 실은 차를 몰고 경찰서로 돌진, 최소 19명이 죽고 90명이 다쳤다.

그 외 바그다드(19명 사망, 57명 부상), 모술(5명 사망), 라마디(최소 2명 사망), 팔루자(1명 사망, 10명 부상) 등에서도 차량을 이용한 자폭 테러가 이어졌다. 희생자는 대부분 이라크 군경이었다. AP통신은 이번 테러로 올 8월이 최근 2년 새 가장 많은 이라크 군경이 숨진 달로 기록되게 됐다고 전했다.

◆“오바마 31일 이라크전 종료 선언”=미국은 24일 이라크 주둔 자국군 숫자가 4만9700명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해 “2010년 8월 말까지 모든 전투 병력을 철수시키고, 5만 명의 이라크군 훈련·지원 병력만 남기겠다”고 밝혔다. 24일부로 미군의 전투임무가 사실상 모두 종결된 것이 다.

하지만 테러범들은 이를 기다리기도 한 듯, 치안 임무를 넘겨받은 이라크 군경에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이라크군 대변인인 카심 알무사위 소장도 “이번 테러는 미군 철군 후 우리 군의 치안유지 활동을 비웃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31일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한 뒤, 텍사스 엘파소에 있는 포트 블리스를 방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포트 블리스는 이라크전에 참가했던 미 육군 1 기갑사단의 기지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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