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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김·신·조’ 중 한두 명 낙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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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세  민주당 “김태호, 검찰 고발”

민주당이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를 현행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25일 “김 후보자가 은행법·공직자윤리법·지방공무원법 등을 위반한 혐의가 있어 고발할 방침”이라며 “특위 차원에서 고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른 야당과 협의해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현행법 위반 사례가 7건 정도”라며 “직권남용죄, 배임죄 등 공소시효가 살아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지난 25일 모두 끝난 가운데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뉴시스】

박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6년 선거자금 10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은 것은 은행법 위반, 배우자에게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하게 하거나 도청 직원을 가사 도우미로 일하게 한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관용차 유류비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은 공금횡령죄, 공직자 재산신고 16번 중 11번을 틀린 것은 공직자윤리법 위반, 2004년 태풍으로 인한 재해복구 공사를 화성종합건설에 수의계약으로 맡긴 것은 지방공무원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 중에서도 공소시효가 남아 고발할 수 있는 법 위반 사례는 7건 중 4건이라고 보고 있다. 당이 김 후보자에 대한 검찰 고발 카드를 꺼낸 것은 김 후보자 자진 사퇴나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다른 장관·청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위장전입·세금 탈루·부동산 투기·병역기피 등 ‘4대 필수과목’과 논문 표절, 즉 ‘4+1’에 해당하는 후보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반대한다”고 말했다.

당은 낙마해야 할 ‘0순위’로 ‘김·신·조’(김태호 총리·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를 꼽는다. 민주당은 26일 의원총회에서 최종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백일현 기자


고민  청와대 “다 살리고 싶은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일부 문제점이 드러난 총리·장관·청장 후보자에 대한 처리를 놓고 이명박 대통령이 고심하고 있다. 임명을 강행할지, 아니면 교체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일단 청와대 기류는 모든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하자는 쪽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5일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물론, 야당의 타깃이 되고 있는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중 단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이런저런 흠결이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청문회에서 혼이 나면, 역설적으로 장관에 임명된 뒤 더 긴장하고 열심히 일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이 대통령의 생각은 낙오자 없이 모두를 그대로 임명하겠다는 쪽인 것 같다”며 “청문회에서 나온 일부 의혹들이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흠결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 핵심부의 기류는 ‘절대 교체 불가’다. 김 후보자에 대한 내정 철회는 이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 구상이 시작부터 무너지는 걸 의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를 보호하려면 다른 후보자 한두 사람은 내정을 철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희생양’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들여 뽑은 사람을 쉽게 내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문제는 이런 기조가 끝까지 유지될 수 있느냐다. 청와대 일각에선 ‘민심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 한두 명에 대해선 용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26일 이후 한나라당과의 조율을 거쳐 최종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복잡  한나라 “여론 생각하면…”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한나라당 내부 기류가 복잡하다. 청와대의 입장이 “낙마 없이 간다”는 것으로 전해지며 후보자들을 ‘엄호’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문제 있는 후보자는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특히 25일 오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말 바꾸기’가 쟁점이 되자 여론이 악화될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 “지도부 차원에서 부적격자를 지정하거나 자진사퇴, 지명철회 요구 등에 대한 의견을 내지는 않기로 했다”면서도 “하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을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당 내에선 “1~2명은 낙마가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전날 만찬회동을 통해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해 김 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이 끝난 뒤 논의하자고 의견을 모은 건 이런 고민 때문이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양보 후보군으로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꼽기도 한다.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를 거론하는 인사도 있다. 신 후보자의 경우 문방위에선 “개별적으론 다 이해된다”(정병국 문방위원장)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여론을 생각하면 청와대 입장을 무작정 따를 수 없지만 여당 입장에선 후보자의 탈락을 주장할 수 없어 이래저래 참 곤란하다”고 털어놨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 후보자들의 임명 여부 결정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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