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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ssue&] 한국,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인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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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제 아시아 하면 당연히 한국이 언급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나 심지어 극동 이야기를 해도 일본과 중국만 거론하다 말곤 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은 꾸준히 높아졌다. 이는 한국의 여러 브랜드가 전 세계에 자주 노출된 덕분이다. 한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급증한 것은 기업의 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전 세계에 진출한 한국 기업 지사의 역할도 컸다.

거꾸로 따져서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구미 기업들이 던지는 근본적 질문은 바로 ‘외국인의 관점에서 한국의 투자 매력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정답이 하나만 있을 수는 없다. 개인마다, 회사마다, 나라마다 경험과 관점이 다를 수 있다. 공통적인 점은 있다.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 결정을 정당화하려고 컨설팅 업체나 사업 파트너 등 여러 경로로 한국에 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료들을 보면 한국인의 고유한 습관과 전통·국민성 같은 기본 내용 이외에 한국의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들어가 있다. 정부 관료주의를 다루는 방법이라든가 외국인에 배타적인 국민성, 전투적인 노조 관행 등이다. 하지만 이런 자료가 한국의 전모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을까. 한국에 오래 주재하는 외국 기업인들은 한국을 이렇게 일하기 힘든 나라로 알고 있을까. 한국은 구미와 너무나 다른 나라일까. 한국의 투자 환경을 가장 잘 설명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이 생기곤 한다. 차례대로 짚어보자.

먼저 한국의 비자 문제를 언급해야 할 것 같다. 비자를 둘러싼 논란은 거의 매일 신문지면을 장식한다. 필자가 가장 최근에 읽은 의견은 한국에서 워킹비자를 받고 연장하는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있는 회사를 기준으로 보면 비자 발급 환경이 꽤 괜찮은 편이다. 잘 훈련되고 준비를 잘 한 담당자들이 관련 문제를 명료하고 빠르게 해결해 줬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다음은 투자 입지에 관한 것이다. 특별경제구역·자유지역, 또 무슨 무슨 구역 등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특별한 서비스, 필요한 정보·지원·혜택을 제공하는 국가들이 얼마나 될까. 지식경제부에 한국에 대해 투자 정보를 요청하면 왜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루 종일 들을 수 있다.

사업 환경을 논하기 전에 우리는 서양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고자 하는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 한국에 자본을 투입하고자 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한 가지 분명한 답이 있다. 바로 외국 기업들은 한국의 역동적인 사업 환경에 참여하고자 한다. 한국과 같은 경제성장 속도를 보이는 나라는 중국·인도·러시아 등 손꼽을 정도다. 한국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다른 후보 국가는 과연 어디인가. 첨단기술 혁신을 한국만큼 빠르게 하는 나라도 드물다. 한국은 시장 측면에서도 훌륭하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술 트렌드에 민감한 매우 특별한 시장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침체기에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경제 기초체력이 뛰어나다. 여기에 첨언하면 높은 수준의 교육과 훈련을 받은 인재가 풍부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한국은 한국인들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글로벌화된 나라다. 필자가 지난해 주한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의 제약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우리 기업의 한국 내 윤리 마케팅 노력을 널리 알리려는 세미나를 열었는데, 보건복지부가 적극 도와줬다. 정부 관리들도 권위주의에서 점차 벗어나 사고 방식이 글로벌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하고, 외국인 친화적인 국가라고 본다. 이러한 점을 해외에 더 많이 알릴 필요가 있다. 나 같은 외국인들을 통해서 말이다.

(※머크는 액정 소재와 항암제 등을 생산하는 독일계 화학·의약 다국적 기업이다.)

유르겐 쾨닉 한국머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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