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보조금 받아 노래방·술값 내고 회계 조작해 4억대 엉뚱한 데 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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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회복지센터를 운영하는 A협회는 2008~2009년 센터 운영비로 10억2600만원의 국고를 지원받은 뒤 연말 회계서류를 허위 작성하는 수법으로 4억5100만원을 빼돌려 다른 용도로 썼다. 또 이 협회는 다른 운영보조금 8억2000만원 중 1500만원가량을 정년을 넘긴 직원 인건비와 명절 휴가비로 무단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보건복지부가 2006~2009년 총 10억원 이상 지원한 민간단체 29곳을 대상으로 3월부터 한 달간 보조금 집행 실태를 집중 감사한 결과, 28곳이 보조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금액만 7억5000여만원에 달한다. 부당행위 유형은 다양했다. A협회는 보조금을 유용한 것 외에도 복권기금 79억원을 지원받아 설립한 사회복지센터의 소유권을 협회가 만든 주식회사 형태의 다른 법인 명의로 바꿔놓은 사실이 적발됐다. B단체는 국고 보조금 1억4960만원을 임원 2명과 직원 6명에게 업무추진비·직책보조비·시내출장비 등의 명목으로 현금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C협회는 국고보조사업을 수행 중인 인력을 다른 기관의 연구보조원으로 명의만 빌려준 뒤 인건비를 받아 협회 관리운영비로 사용했고, D협회는 보조사업과 상관없는 해외연수비를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또 E연구원 등은 출퇴근 시, 심지어 주말에 개인적으로 이용한 직원 택시비까지 보조금으로 메워줬다. F재단 등 8개 단체는 국고지원금을 노래방과 주점 등에서 사용하다 걸렸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부당집행된 보조금 7억5000여만원을 회수 조치했다. 또 관련된 3개 단체 임·직원 12명에 대해 파면 등 징계를, 나머지 관련자 45명에 대해서는 주의·경고 조치를 요구했다. 복지부 감사담당관실의 정종갑 사무관은 “보조금 액수가 비교적 적은 단체들에 대해서도 해당 과에서 자체 감사를 실시 중”이라며 “앞으로 주기적으로 보조금 집행 실태를 점검하는 등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로부터 연간 8000만원 이상 보조금을 지원받는 민간단체는 모두 199곳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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