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공부의 신 프로젝트] 거금도 찾아간 대학생 멘토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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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은혜 기자 ehchoi@joongang.co.kr
사진=황정옥 기자

거금도 학생들에게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찾아왔다. 왼쪽부터 김휘현양, 김유빈씨, 이미진양차은양, 이아라씨, 김다은김은주양, 홍두남씨, 정선양. [황정옥 기자]

평소 공부하던 2학년 교실에서 멘토 언니·오빠들과 마주한 섬 소녀들. 처음에는 쑥스러운 듯 서먹해하다가 대학생 멘토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자 배시시 웃음을 터뜨린다. 양차은양이 “섬에 살다 보니 그동안 대학생 언니·오빠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 오늘 만남이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됐다”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금세 친해진 이들은 대학생 멘토 1명에 여중생 2명씩 짝을 이뤄 학습 멘토링을 시작했다.

“대학교 공부는 많이 어려워요?” 김다은양이 눈빛을 반짝이며 이씨에게 물었다. “중·고등학교 때보다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내가 배우고 싶은 걸 공부하니까 재미있기도 해.“ 이씨는 “지금 생각하면 ‘어렸을 때 책을 더 많이 읽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앞으로 무엇을 하든 책을 많이 읽어두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그는 다은·차은양에게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을 추천했다. “좁고 어두운 다락방에 살고 있어도 꿈을 잊지 않는 사람은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야.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걸 언니도 경험했어. 고등학생 때 공부하다 힘들어지면 목표로 했던 경희대학교 사진을 보며 힘을 얻었거든. 좁은 섬마을에 산다고 주눅이 들어 ‘정말 할 수 있을까’ 의심하지 말고, 일단 꿈부터 가져봐.” 그러자 다은이가 “저는 과학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휘현양은 변호사, 이미진양은 아나운서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도시에 사는 친구들보다 영어 공부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김씨는 이들에게 “우선 많이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학콘서트』라는 책을 쓰신 정재승 교수님도 미국 유학 초기엔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하셨대. 그런데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매일 영어로 나오는 TV를 봤더니 어느새 영어가 들리더라는 거야. 몸짓이나 표정을 보면서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유추하며 들었던 거지.”

휘현이는 “여기엔 변변한 학원 하나 없어 EBS 인터넷 강의로 영어 과목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터넷 강의를 잘 활용하면 된다”며 “강남구청 인강도 한 번 들어보라”고 추천했다. 그는 “나도 중·고등학교 때 학원에 다니지 않고 인강으로 공부했다”며 “한 과목을 공부할 때라도 두세 개 인강을 비교하며 함께 들어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홍씨도 정선·김은주양에게 영어 공부 방법을 알려줬다. 홍씨는 “영어를 한 문장이나 한 단어씩 외우려 하지 말고 먼저 전체적인 문맥과 맥락을 보며 읽어보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중학교 때 영어 점수가 30~40점밖에 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고등학교에 올라가 영어를 ‘공부’가 아니라 ‘언어’로 생각하자고 마음먹은 뒤 실력이 늘었어. 지금은 중국어까지 할 줄 알게 됐지.” 홍씨는 또 ‘학습일지’를 써보라고 추천했다. 앞으로 공부해야 할 것, 오늘 공부한 것, 공부에 대한 반성 등을 적는 것이다. 특히 이곳처럼 과외 선생님이나 학원 강사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환경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홍씨는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할 때보다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며 “고등학교에 가면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아지고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학습일지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이는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 관련 책을 많이 본다. 은주는 천문학 공부를 하고 싶다. 홍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하다는 건 참 좋은 일”이라고 격려했다. “도시에 사는 친구들과 자신의 환경을 비교하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자기가 노력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거든. 공신 프로젝트 홈페이지에 질문을 올리면 전문 선생님들이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에 답을 해주잖아. 나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도 좋아. 대학생 멘토를 잘 활용하도록 해.”

멘토들은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조언을 한 가지씩 덧붙였다. 이씨는 “지금 당장의 내 성적에 좌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내가 싫어하는 과목도 즐거운 마음으로 ‘한번 해보자’ 생각하고 공부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하루하루 계획 없이 보내지 말고 스케줄 다이어리를 적어보라”고 말했다. 꿈과 목표에 따라 해야 할 일을 정하고 그에 맞춰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홍씨는 ‘실패노트’와 ‘꿈의노트’에 대해 말했다. “실패를 했을 때 좌절만 할 게 아니라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다른 사람의 실패를 보고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노트에 적어보라”는 조언이었다. 또 『시크릿』이라는 책을 추천하며, “이 책을 읽고 나서 만들었던 꿈과 인생 계획에 대한 표를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꼭 한번 꿈을 적어보라는 주문이었다. 대학생 멘토들은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e-메일로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선이는 “영어 공부가 고민이었는데 멘토 오빠가 알려준 영어 독해 방법이 기억에 남는다”며 “선물로 받은 『공부기술』이라는 책도 열심히 읽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이는 “언니·오빠들이 친구처럼 편하게 얘기해줘 즐거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그냥 ‘좋은 대학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목표와 꿈을 가지라는 언니 얘기가 기억에 남아요. 저는 그동안 열심히 해보지도 않고 성적이 오르길 기대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멘토 언니가 가르쳐준 방법대로 열심히 공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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