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기획] 上.<메인> 17대 의원 투표성향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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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4대 개혁 입법안 중 첫 번째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정기간행물법 개정안(신문법). 지난 1월 1일 새벽 본 회의장 전광판에 나타난 표결 결과를 지켜보던 여야 의석에서는 각기 다른 탄성이 터져나왔다. "살았네"(열린우리당 우상호), "부결시킬 수 있었는데…"(민노당).

찬성 133, 반대 100, 기권 11. 법안은 가결됐으나 11표만 반대쪽으로 옮겨갔었다면 부결됐을 상황이었다. 표결 내용은 더욱 예상 밖이었다. 찬성하지 않은 111명 가운데 여당 의원이 22명이나 포함됐기 때문이다(반대:김원웅.장영달.배기선.이석현.유시민.김태홍.최규성.김현미.임종인.윤호중.강기정.김태년.김선미.김춘진.김형주.이기우.이영호.장향숙.조정식.지병문.최철국, 기권:박영선).

열린우리당에서 나온 찬성표는 119표. 가결정족수(122) 미달이었다. 여당의 4대 개혁 법안 중 하나가 여당 반란표로 인해 부결될 뻔한 것이다.

법안이 가결될 수 있었던 것은 한나라당에서도 '반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표결 직전 박근혜 대표는"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법"이라며 반대가 당론임을 주지시켰다. 하지만 막상 한나라당 의원 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고진화.김충환.박계동.김명주.박세환.박형준.이재웅.이성권.정종복). 이들 9명과 민주당.무소속 의원 5명이 찬성하지 않았다면 신문법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본지는 경희사이버대 이현우(정치학) 교수와 공동으로 17대 첫 정기국회에서 상정돼 표결 처리된 안건 중 당론 또는 권고적 당론이 정해졌던 14개 쟁점 안건(모두 정부.여당 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분석했다. 이어 네트워크 이론 전문가인 서울대 장덕진(사회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이 결과를 토대로 '투표성향 지형도'를 만들었다.

분석에 따르면 자주 당론을 어기고 소신.이념에 따라 투표한 의원이 많았다.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노당 의원 282명(불참률이 높았던 민주당.자민련.무소속 제외) 가운데 163명(57.8%)은 한번 이상 당론에 반대한 경험이 있었다.

2003년 국회에선 95%의 안건이 만장일치로 처리됐고 나머지 5% 안건에 대해서만 여야가 찬반이 엇갈렸으나 당론에 반대한 의견은 극소수였다. 열린우리당에서 14건의 안건 중 세 번 이상 당론에 반대한 적이 있는 의원은 16명이었다. 임종인 의원이 모두 일곱 번 반대 투표했다. 다음은 유시민.김원웅.문석호.정청래.강성종.김재윤.이원영(4회), 송영길.최재천.이철우.이광철.강기정.김태년.유승희.장향숙(3회) 의원의 순이었다.

한나라당에선 당론을 정한 11개 안건에 대해 세 번 이상 당론과 다르게 투표한 의원이 22명이었다. 최다 반대투표 의원은 고진화(7회) 의원이었고, 다음은 김충환.안홍준.이재웅(이상 5회), 김영선.김양수(4회), 박희태.원희룡.전재희.진영.박계동.김재경.김희정.박세환.박창달.배일도.서병수.유정복.이성권.정문헌.정종복.진수희(3회) 의원이었다.

당론이 소신과 다를 때 기권이란 우회로를 택해 사실상 당론에 반대한 의원도 적지 않다. 열린우리당의 박영선.오영식.이인영.복기왕 의원은 네 번씩 기권했다. 한나라당에선 정화원(5회), 황우여(4회) 의원 순으로 기권이 잦았다. 민노당은 소속 의원 전원이 100%에 가깝게 당론에 찬성 투표해 이념적 동질성이 가장 강했다.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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