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부사장… 경영권 노리고 사장 히로뽕 먹인 뒤 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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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사장을 마약사범으로 몰아 구속시킨 뒤 경영권을 빼앗으려던 부사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중소 전자부품 제조업체 부사장 이모(34)씨는 사장 권모(41)씨가 직원 인사 등 회사 업무를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데 불만을 품게 됐다. 이씨는 별도로 회사를 운영하다 지난해 초 권씨와 회사를 합친 뒤 영업.운영을 맡아왔다. 그는 권씨가 구속되면 직원 70여명, 매출액 45억원 규모의 회사를 독차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고향 후배(29)와 함께 권씨를 마약사범으로 몰아 구속되게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10월 후배를 시켜 300만원을 주고 히로뽕 7.1g을 구입했다. 다음날 나이트클럽에서 열린 회사 회식 자리에서 이씨는 맥주잔에 몰래 히로뽕을 넣어 권씨와 여직원이 마시도록 했다.

경찰은 다음날 "권씨가 마약을 복용했다"는 익명의 전화 신고를 받고 권씨와 여직원을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첫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이씨는 다시 범죄를 모의했다. 지난해 11월 권씨의 집에 침입, 안방 화장대 밑에 히로뽕 4.7g이 담긴 헝겊 필통을 숨겼다. 그러고 PC방에서 대검 사이트에 접속해 "권씨가 마약을 가지고 있으니 수사하라"고 신고했다.

검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 권씨의 집에서 히로뽕을 발견했다. 하지만 권씨가 마약 전과도 없고 완강히 결백을 주장하는 데다 신고자가 마약이 담긴 필통의 색깔까지 상세하게 알고 있다는 점을 의심했다. 검찰은 컴퓨터 IP추적 등을 통해 제보자가 이씨의 후배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두 사람을 추궁해 범행을 자백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23일 이씨와 이씨 후배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및 무고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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