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디자인교류원 설립… '누브티스' 이경순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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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넥타이'로 유명한 산업디자인업체인 누브티스(Nouveautes)의 이경순(48.사진) 사장은 얼마전 알고 지내는 정부의 고위 관리가 보낸 북한산 표고 버섯을 맛봤다. 포장이나 디자인이 형편없어서 왠지 마음이 끌리지 않았지만 맛은 그만이었다고 한다.이 사장은 금강산 관광객들이 사들고 오는 들쭉술이나 송주 같은 북한 상품의 촌스러운 디자인을 보면서 북한 상품에 '디자인의 옷'을 입혀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사장은 북한의 상품 디자인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남북디자인교류진흥원'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오는 2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리는 창립총회에서 초대 원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남북디자인교류진흥원은 우선 북한의 담배와 술 등의 포장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미 들쭉술이나 송주, 모란봉 담배의 새 디자인 시안(試案)을 만들어놨다. 남북이 하나가 되자는 뜻을 담은 'Be The One' 브랜드도 내놓기로 했다. 브랜드 로열티의 일부는 통일기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대북 비즈니스는 남북 교류사업을 하는 남북경제협력진흥원의 도움을 받는다. 이 사장은 "개성공단에 남북디자인교류센터를 짓고 북한의 교수.학생과 디자인 학술 교류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이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를 잘 안다. 누브티스가 전남 함평군의 나비 축제를 위해 만든 나비 문양의 브랜드인 '나르다' 제품은 제조원가의 5배에 팔린다. 나르다의 연 매출 규모만 수십억원이다. 이 사장은 "일본에서 나르다 브랜드를 사겠다는 제의가 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누브티스 제품은 정부기관의 의전용 선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여론 주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이 사장의 '귀족 마케팅'이 성공한 셈이다. 그는 "니나리찌나 구찌 같은 유명 수입 브랜드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명품 브랜드가 있다는 점을 인정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2년 대박을 터트렸던 '히딩크 넥타이'로 이 사장은 얼마나 벌었을까. 히딩크 넥타이는 고작 16억원어치만 팔렸다고 한다. 손으로 만드느라 하루 400개밖에 내놓지 못했다. 그는 "정작 재미를 본 곳은 26개나 달했던 위조업체였다.그들과 법정싸움을 하느라 2억원의 소송비를 날렸다"고 말했다.

◆누브티스=새롭다는 뜻의 불어인 'nouveau'와 섬유를 뜻하는 영어인 'textile'에서 따온 말이다. 이 사장은 "새로운 섬유제품을 세상에 내놓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누브티스의 임직원은 24명, 이중 16명이 디자이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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