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한글 언제 가르칠까 글자 호기심 보일 때 시작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8면

김준희(31·여·서울 문래동)씨는 요즘 큰딸(4)의 한글 공부 때문에 고민 중이다. 원래는 한글을 따로 가르치지 않을 작정이었다. 스트레스를 줄까봐서다.

그러나 요즘 아이가 부쩍 글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을 바꾸고 적당한 교육 방법을 물색하게 됐다.

한글 교육의 시기와 방법을 놓고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연이 아동가족 상담센터 최동애 소장은 "최소한 만 3세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일찍 문자교육을 시작하면 공부에 부담을 느끼고 흥미를 잃기 쉽기 때문이다. 정작 학교에 갈 시기가 돼서 학습을 거부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고 한다.

장유경 한솔교육문화연구원장은 조금 다르다. 그는 만 2세 이후를 권장한다. 50∼1백개 정도의 단어를 구사할 수 있는 만 2세 정도라면 글자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글을 배우면 책을 통해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상징 체계를 이해하는 등 고차원적인 발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싫어하는데도 부모가 억지로 시키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주의사항은 같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글 교육을 하기 좋은 연령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나이에 얽매이기보다 아이가 글자에 관심을 갖는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은 공통적이다.

한글을 가르치기로 했다면 교육 방법을 택해야 한다. 요즘 우리 나라에서 가장 흔한 유아용 한글 교육방법은 '통문자 학습법'이다.

처음부터 가나다라를 하나씩 익히는 게 아니라 '사과''엄마' 등 낱말을 통째로 익히는 방법이다. 방식은 그림과 글자가 함께 있는 단어 카드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게 주종이다. 기역·니은 등 자모를 따로 떼어 보는 능력이 없는 만 40개월 미만의 유아들에게 효과가 크다. 통문자로 배운 뒤 다시 낱글자로 떼어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신기한 한글나라' 등의 한글 학습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가정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 봉지 이름 등을 이용해 낱말카드를 만들거나 거울·화장대 등 집안의 물건에 이름표를 붙이는 방법이다.

어휘·사고력 등이 더 발달한 만 40개월 이후에는 '음운자각 중심 학습방법'을 쓴다. 자음과 모음의 소리값 등 글자의 특성부터 익혀 한글의 원리를 이해하는 학습법이다. 한글은 매우 과학적인 표음문자이기 때문에 자음과 모음의 대응관계 등 규칙성을 익히면 빠르고 쉽게 한글을 뗄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 형식으로 한글의 원리를 익히는 프로그램인 '아리수한글(www.arisu.co.kr)'이 대표적이다. 서울대 지각연구실과 함께 만든 프로그램이다.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순서로 언어를 터득하는 게 아니라는 관점도 있다.아이들은 처음부터 네가지 능력을 갖췄다고 보는 것이다. 이른바 '총체적 언어교육'관이다.

예컨대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처럼 재미있고 반복적인 구조를 갖춘 동화나 동요를 읽어준다. 이때 아이들은 다음에 나올 문장을 쉽게 예측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읽기도 손쉽게 터득할 수 있다는 원리다.

앞의 방법론들을 결합한 『책끼읽끼 시리즈①∼⑥』(어린이 중앙)도 최근 출간됐다. 정태선 활동중심언어연구소장이 새로 개발한 BLB(big letter book:큰 글자 동화책)방식으로 만들었다. 책 한권에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처럼 반복적인 구조의 짧은 이야기를 하나씩 담았다. 책을 펼치면 한쪽 페이지에는 문장 하나를 큰 글자로, 옆 페이지에는 문장을 설명해주는 그림을 실었다.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단어 하나는 주먹만한 빨간색 문자로 인쇄했다. 유아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