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자동차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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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올해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모두 1백60여만대.지난해에 비해 13% 정도 늘어났다. 이 중에는 시장의 각광을 받으며 새롭게 떠오른 차도 있고, 각종 이유로 생산이 중단돼 시장에서 사라진 차도 있다.

◇뜬 차=올해 승용차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레저용 차량(RV)의 강세다.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판매가 늘어나며 올해 팔린 승용차의 42.5%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출시된 기아차의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SUV) 쏘렌토는 RV 호황을 주도한 차 중 하나다. 쏘렌토는 11월 말까지 모두 4만7천7백42대가 팔려 현대차의 싼타페에 이어 SUV 부문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지난 4·5월에는 RV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고, 지금도 주문 후 세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안전성과 승차감이 돋보인다는 평.

쌍용차가 9월 선보인 스포츠용 트럭(SUT) 무쏘스포츠는 특소세 문제로 냉탕·온탕을 오갔으나 특소세 문제가 풀린 뒤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4천여대가 팔린 무쏘스포츠는 현재 주문이 1만대나 밀려 있어 회사측이 대규모 증산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중형 승용차 뉴EF쏘나타는 국내 모든 차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 셀링 카'로 뽑혔다. 뉴EF쏘나타는 11월 말까지 모두 10만2백34대가 팔려 전 차종 가운데 유일하게 1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동급 경쟁 차종인 르노삼성차의 SM5의 추격을 따돌렸다.

수입차 중에서는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 ES300이 올해 1천8백여대를 팔아 단일 차종으로는 최다 판매의 영예를 차지했다. 감각적 디자인과 정숙성, 5천만원대의 합리적 가격이 호평을 받으며 "의사들이 타고 다니는 외제차 중 절반은 렉서스 ES300"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인기다. 9월 출시되자마자 기아의 스펙트라를 제치고 준중형차 시장 2위를 차지한 르노삼성차의 SM3와 GM대우의 공식 출범 후 첫 차인 준중형 승용차 라세티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차다.

◇진 차=판매감소·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안전기준 미달 등으로 올해 사라진 차도 많았다.

경유차에 대한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현대차의 트라제XG 7인승(9인승은 계속 생산)과 싼타모가 지난 7월과 9월에 각각 생산을 중단했다. 기아차도 같은 이유로 스포티지를 7월 단종했으며, 10월에는 미니밴 카스타와 25인승 버스 코스모스와 콤비의 생산을 중단했다.현대차와 기아차는 내년 하반기 갤로퍼와 레토나를 추가로 단종할 계획이다.

기아자동차의 카렌스Ⅱ 디젤차량도 올해를 끝으로 생산이 중단된다. 당초 정부·시민단체·업체는 카렌스Ⅱ 디젤차량을 연말까지 계속 생산하되 내년에도 생산할 지 여부는 연내에 결론을 내기로 했지만, 시민단체가 협의기구를 탈퇴하는 바람에 논의가 중단되면서 생산이 어려워진 것이다. 기아차 측은 "월 3천대씩 팔리는 차가 생산이 중단되면 연간 5천억원의 손실이 생긴다"며 반발했지만 논란 끝에 결국 단종이 결정됐다.

경차에 대한 안전기준 강화로 사라지는 차도 있다.기아차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충돌시험 강화 규정을 맞출 수 없다는 이유로 경승합차 타우너의 생산을 중단했다. 반면 GM대우의 경승합차 다마스는 차체에 보강재를 덧대 계속 생산한다.

현대차의 경차 아토스는 안전규정 강화와 판매 부진이 겹쳐 단종을 결정한 경우다. 아토스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만여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나 올해는 겨우 3천5백여대만 팔렸다. 기아차의 경차 비스토도 내년 말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고급 승용차 중에서는 기아차의 엔터프라이즈가 지난 10월 단종됐다.

이현상 기자

lee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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