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총무가 실질적 리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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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금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당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은 국회 밖에 있는 거대한 중앙당 조직이다. 이같은 '원외(院外)정당'구조를 '원내(院內)정당'으로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중앙당-시·도지부-지구당으로 이어지는 현행 피라미드 정당구조는 유지하는 데 엄청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5·16 이후 공화당이 선거 동원조직으로 이런 구조를 만든 뒤 40여년 간 한국의 정당구조로 굳어졌다.

원내정당으로 바뀌면 원외조직이 대폭 줄어들거나 없어진다. 당 대표직도 없어진다. 당의 자금집행과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사무총장직도 폐지되거나 단순 사무관리업무만 맡게 된다.

미국처럼 의원총회가 최고의결기구가 되고, 여기서 선출된 원내총무(floor leader)가 당의 지도자 역할을 맡게 된다.

당직의 중요도가 대폭 떨어지는 대신 국회 상임위원장의 위상과 역할이 크게 강화된다. 정당의 무게중심이 정치투쟁에서 입법활동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당 지도부' 개념은 사라지고 각 상임위와 의원총회를 통해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당론을 만들어가는 민주적인 당 운영구조가 형성된다.

지금처럼 중앙당에서 당직자회의가 끝난 뒤 상대당을 비방하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민생과 관련 없는 말꼬리 잡기식의 정쟁을 매일 되풀이하는 정치양태도 사라진다.

장외투쟁이란 것도 상상하기 어렵게 된다. 공천을 일방적으로 결정해 온 1인 보스와 중앙당 조직이 없어져 원내정당화는 자연스레 상향식 공천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원내정당으로 바뀔 경우 ▶원외위원장을 배려하기 어렵고▶각 정당 의석의 지역적 편중이 극심해 정책의 지역적 불균형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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