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고속도로는 '과속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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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시속 2백33㎞-.

고속도로순찰대 12지구대에 근무하는 金모(38)경사가 최근 서해안고속도로 무안지점 편도 2차선 도로를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던 한 외제 승용차에 이동용 속도계를 들이댔더니 찍혀 나온 숫자였다.

金경사는 "경찰생활 10년 만에 이렇게 빨리 달리는 차는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추적할 엄두는 물론 내지도 못했다.

개통된 지 만 1년이 지난 서해안고속도로(충남 당진∼전남 목포)에서 차량들의 과속 질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안전시설과 휴게소 등 편의시설마저 크게 부족해 이용자들의 불평도 커지고 있다.

◇과속 경연장=지난해 12월 21일 완전 개통된 서해안고속도로 당진∼목포 2백65㎞구간에서 지난 한해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3백52건(사망 48명).

사고 원인의 80% 이상이 과속이었다. 대부분의 차량이 제한속도(1백10㎞)를 무시하고 시속 1백40㎞ 이상으로 달리기 때문이다.

개통 초기 '한국의 아우토반'이라느니 '서울∼목포를 1시간30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는 등의 헛소문이 퍼지면서 폭주족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당진∼목포 구간을 담당하는 고속도로순찰대 12지구대는 하루 평균 4백여대씩 지금까지 모두 12만여대를 과속으로 적발했다. 경부나 호남고속도로의 4∼5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직선으로 곧게 뻗은 구간이 많아 속도를 내기에 좋다는 것을 과속의 주원인으로 꼽는다. 속도감시카메라가 적은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당진∼목포 상·하행선을 통틀어 설치된 카메라 숫자는 8대. 평균 33㎞에 한대꼴로 다른 고속도로(15∼20㎞)의 절반 수준이다.

해마다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88고속도로 광주∼대구(1백83㎞)구간의 경우 지난 1년간 1백여건의 사고가 발생,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많은 구간=지난 1년 동안 서천∼보령 구간은 다른 구간보다 2∼3배나 되는 7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지역은 대부분 산을 깎아 만든 곡선 구간이어서 차량끼리 추돌하거나 중앙분리대·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많았다.

서해안고속도로에 설치된 15개의 터널 중 10개가 집중돼 있는 무안∼목포 구간에는 사망사고가 집중됐다. 지난 1년 동안 30건의 사고가 발생했는데 운전자 대부분이 숨지거나 크게 다쳤다.

◇부족한 편의시설=서해안고속도로 전체 구간에 마련된 휴게소는 상·하행선 각각 여섯곳씩이다. 평균 50∼60㎞마다 한곳씩 설치된 셈이다. 호남·경부 고속도로는 평균 20∼30㎞마다 휴게소가 마련돼 있다.

김제∼목포까지의 거리는 1백24㎞나 되는데도 휴게소는 단 한곳 뿐이다. 이용자들이 화장실·주유소 등을 적절한 시기에 찾지 못해 불편은 물론이고 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LPG차량을 운전하며 목포를 자주 오가는 추경수(41·한의사·전북 전주시)씨는 "고속도로에 충전소가 한 곳도 없어 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충전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김영성 사업부장은 "사고 예방을 위해 내년 중 속도감시 카메라를 대량 설치할 것"이라며 "홍성·서천·부안 등지에 휴게소를 건립한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군산=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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