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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노선 선정 대선공약 '눈치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행정수도 충청 이전' '고속철도의 금정산·천성산 통과 전면 백지화'-.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가 내놓은 공약 중 고속철도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목들이다. 공약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사업 추진에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호남 분기점 위치 바꿀 행정수도 이전=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이 가시화하면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가 갈라지는 분기역의 선정 작업이 전면 중단되거나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철도 전문가는 "행정수도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원활한 교통체계 구축이 필수 요건"이라면서 "행정수도가 들어설 곳에 고속철도 분기역이 자리하는 것이 여러모로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수도의 입지에 맞춰 고속철도 운행의 중심지가 될 분기역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교부는 당초 내년 상반기 중 분기역을 선정한다는 계획이었다. 현재 충남 천안과 충북 오송, 대전 등 세 지자체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문기관의 용역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건교부는 상반기 중 분기역이 선정되면 다른 후속 작업들을 거쳐 이르면 2007년 분기역∼익산 구간에 대해 공사를 시작한다는 일정을 짜놓은 상태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 결정을 놓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경우 이처럼 분기역 선정도 덩달아 미뤄져 전체 사업계획에 적지 않은 차질이 있을 수 있다.

◇금정산·천성산 터널 백지화될까=盧당선자는 유세 중이던 지난 4일 조계사를 찾아 '경부고속철도 노선 중 천성산·금정산 관통사업 백지화 및 대안노선 검토'를 약속했다. 환경문제 등을 내세워 이 노선을 적극 반대하는 불교계의 입장을 감안한 것이다.

건교부측은 대구∼경주∼부산을 잇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 중 하나로 경남 천성산에 13㎞, 부산 금정산에 12.5㎞ 길이의 터널을 뚫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그러나 생태계 보존 등 환경 문제를 앞세워 불교계와 환경단체들이 이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계속 갈등을 빚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盧당선자의 대(對)불교계 공약이 나온 데 대해 고속철도측은 적지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고속철도 관계 간부는 "대체 노선을 찾을 경우 노선 검토와 용지보상·설계 등의 절차에만 7, 8년이 소요돼 고속철도 사업 자체가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강갑생 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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