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TV토론 전문가 평가]문화시장 다 열렸는데 "개방 신중" 합창 난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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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선후보들이 16일 벌인 사회·문화 분야에 관한 TV토론 내용에 대한 전문가의 관전평을 들어보았다. 교육분야는 정진곤 한양대 교수, 보건복지분야는 이선희 이화여대 교수, 문화분야는 강한섭 서울예술대학 교수가 각각 맡아 후보들이 토론에서 밝힌 정책과 상호 논쟁 내용을 점검했다.

◇강한섭 서울예술대 영화과 교수

사회·문화분야 토론이라지만 문화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다. 문화에 대한 주제는 초반에 사회자의 질문, 즉 '문화시장 개방' 하나뿐이었다. 세 후보는 "문화시장 개방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한 목소리를 냈다. 급진과 중도 좌, 보수 우의 후보가 한결같이 "문화는 경제와 다르므로 가능한 한 시장개방을 늦추고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합창하니 상황 끝이었다.

그나마 하나뿐인 의제도 사실은 '허위문제'의 설정이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문화시장은 이미 더 이상 개방할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활짝 열려 있기 때문이다. 영화시장 보호를 위한 스크린 쿼터제 때문에 상영하지 못하는 미국영화는 없다. 음반이나 출판시장에는 그러한 보호정책마저 없다. 가짜 문제를 가지고 토론했기 때문에 후보들은 쉽게 의견 통일을 보일 수 있었다.

그런데 애통한 일은 그 와중에 다양한 진짜 문화 문제가 실종돼 버린 것이다. 이번 토론은 '시장을 개방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한국문화를 어떻게 알릴 것이냐'는 적극적인 토론이었어야 했다. 갑자기 커진 디지털-대중-영상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해진 아날로그-전통-문자와 공연문화의 육성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했다. 세 후보들에게 문화는 그야말로 장식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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