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취업 장사' 수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 기아차 노조 간부의 입사 개입 비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20일 광주공장에서 한 직원이 취재진의 사진촬영을 막고 있다.광주=양광삼 기자

기아자동차 노조간부의 계약직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계약직 사원 중 일부는 돈을 주고 들어왔다"는 제보에 따라 내사를 시작했던 검찰은 노조 광주지부장인 정모씨의 관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구체적인 혐의사실을 밝혀냈다.

또 정씨에게 "계약직으로 채용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2000만원 안팎의 돈을 보낸 사람들의 신원도 확인했다.

검찰은 정씨가 지난해 5월 나모씨에게서 1800만원을 받는 등 취업을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포착했다. 나씨 조카는 현재 광주공장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정씨가 나씨 외에 8명으로부터 동생 계좌를 통해 1억2000만원을 입금받은 사실을 밝혀내고 돈준 사람들의 관련 계좌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자금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씨 동생의 통장에 입금한 사람 중 한명의 아들도 지난해 7월 광주공장에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또 지난해 8월에는 정씨 부인 명의의 통장에 별도로 6000만원이 입금된 점을 중시, 정씨가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채용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파문의 핵심된 생산계약직=광주 공장은 생산라인에서 근무할 신입사원을 계약직으로 뽑아 왔다. 통상 6개월 간 계약직으로 근무한 뒤 자질과 업무태도 등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해줬다.

회사 측은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약직제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입사 비리설이 나오게 된 것은 지난해 정규직 전환을 위해 계약직 사원을 심사하면서 비롯됐다.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입사한 1079명의 계약직 사원 중 450여명이 나이.학력 등에서 채용기준(30세 미만, 고졸 이상)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돈을 주고 회사에 들어왔다"는 입소문이 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계약직 사원을 채용하면서 입사원서에 '사내 추천인'란을 만들어 쓰도록 요구한 것도 부정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추천인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회사측 해명이 있었지만 당시 추천인을 써내지 못했던 지원자들은 "노조 추천을 받지 못해 불이익을 봤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와 함께 회사가 계약직 사원의 일부를 뽑을 수 있는 권한을 노조에 준 것도 문제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광주=천창환.조강수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