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고객님 Money 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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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전문직을 잡아라'.

은행마다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대출 경쟁이 뜨겁다.

전문직 종사자는 소득이 높고 안정적이어서 은행들이 정성을 들이는 고객층이다. 가계대출의 부실화 우려가 커지자 알짜 고객인 전문직 종사자를 단골로 확보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신한은행 개인고객부 이광일 과장은 "통계적으로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이 거의 없어 연 7∼8%의 낮은 금리로 대출할 수 있으나 수요는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8월 전문직 급여생활자와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내놓은 '노블레스론'이 4백억여원 나갔다. 외환은행은 올해 초부터 선보인 전문직 대출상품 'Yes 프로론'으로 지금까지 1백70억여원을 대출했다.

전문직 대출의 절반은 의사들 몫이다. 개업 초기에 많은 돈이 들다보니 담보나 보증이 필요없는 전문직용 신용대출이 제격이다. 지난 1월부터 레지던트·인턴·공중보건의·군의관 등 병원을 개업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농협은 올해에만 1천8백여억원의 '닥터론'을 대출했다. 농협의 신현승 여신부 과장은 "의사 직업군의 연체를 분석한 결과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금융거래에 익숙지 않아 이자를 제때 못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실상 떼일 염려가 거의 없다고 보고 과감히 대출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기죽지 말고 은행에 요구하자=전문가 대출은 프라이빗뱅킹(PB·고액자산가 대상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PB고객을 잡는 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사나 변호사는 개업 초기에는 은행돈을 빌려다 쓰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액 자산가층으로 변신한다. 은행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핵심 고객인 셈이다.

따라서 전문직 대출을 쓰려는 이들은 은행 측의 요구를 군말없이 따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먼저 유리한 대출조건을 요구할 줄 알아야 한다. 일부 은행은 이들을 잡아두기 위해 전문가의 월급통장 개설 등을 부대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굳이 이런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아도 돈이 남아도는 은행들이 대출을 꺼릴 리 없다. 금리나 만기 면에서 가급적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야 한다. 상환방법도 처지에 맞게 고르는 것이 좋다. 만기에 한꺼번에 갚을 수도 있고 원리금 균등상환도 가능하며 수시로 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너도나도 전문직 종사자 잡기에 나서면서 대출조건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1억원 안팎이던 대출한도가 3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 초 연 8∼9%였던 대출금리도 연 7∼8%선으로 내려왔고 최근에는 연 6%대의 대출상품까지 등장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대출 시점을 잘 선택해 더 나은 조건에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

◇의사·약사·변호사는 최고 대우=전문직 종사자라고 모두 똑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은 직종별로 맞춤형 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다.가장 우대받는 직종은 의사·약사·변호사 등 '사'자 돌림이다.

우리·기업·하나 등은 의사를 위한 맞춤 상품을 팔고 있다. 제일·한미·하나은행 등은 약사를 위한 상품을 따로 개발했다. 12∼16개 직업군에 모두 적용되는 범전문가용 대출상품보다는 의사면 의사, 약사면 약사에게만 대출하는 특화상품이 대출 조건면에서 더 유리하다.

외환은행은 의사·변호사·검사·판사에 대해서는 대출금리를 0.3%포인트씩 깎아준다. 또 공과금 자동이체를 신청하면 0.2%포인트를 더 깎아주기 때문에 판·검사들은 최고 0.5%포인트의 이자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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