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쇄신 가장 시급 조직 개편 추진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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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외환위기 이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대한생명이 12일 새 주인과 경영진을 맞아 새롭게 태어난다.

대생 지분 51%를 인수한 한화컨소시엄은 이날 대생의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고영선(高永善·58) 신한생명 부회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高사장은 "취임하면 분위기 쇄신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당분간 인위적인 인력 정리는 하지 않겠지만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대생은 1999년 최순영 회장이 구속된 이후 3년 넘게 주인없는 회사로 운영되는 바람에 조직 분위기가 많이 흐트러졌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또 "사장실의 벽을 트고 유리로 칸막이를 해 밖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겠다"며 "투명한 경영을 하고 직원들에게 가깝게 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조합과 긴밀히 대화해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겠지만 부당한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高사장은 "대생의 재무상태를 면밀히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생이 올 회계연도 상반기(4∼9월)에 6천억원이 넘는 이익을 내는 등 겉으로는 경영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에 비해 부풀려진 부분이 있는 지 살펴봐야겠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이 대생의 돈을 맘대로 갖다 쓰지 않겠느냐는 시민단체 등의 우려에 대해 高사장은 "내가 사장으로 있는 한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고·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高사장은 한국신탁은행 등을 거쳐 신한은행 설립 때 준비위원으로 합류해 전무까지 올랐으며 99년 신한생명 대표이사로 옮겼다.

신한생명의 한 직원은 "오전 7시부터 출근해 업무를 챙기는 강한 추진력으로 회사의 기틀을 다지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高사장의 취임에 대해 대생과 라이벌 관계인 교보생명의 신창재 회장은 "아주 힘든 경쟁 상대를 만났다"며 "최선을 다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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