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의 모토로라코리아 사무실은 요즘 생기가 돈다. 구글의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5일 국내 출시된 ‘모토글램’이 괜찮은 반응을 얻기 시작해서다. ‘팔로워(온라인 친구)’가 영국 여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이어 세계 두 번째(540만여 명)로 많다는 미국 배우 애시턴 커처가 이 단말기로 트위터 하는 TV 광고가 인상적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강조한 제품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퍼뜨린다는 평이다.
물론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S의 양강 체제가 확고한 한국 시장에서 출시 2주일 된 모토글램의 앞길은 험난하다. 하지만 한국법인 직원들은 나름대로 가능성을 점친다. 한국인의 손맛이 가미된 모토로라 최대 히트모델 ‘레이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 승산이 있다는 기대다. 한 한국 중소업체의 금속 키패드를 달아 2004년 당시론 가장 얇은 14.5㎜ 두께로 모습을 드러낸 레이저는 2년 만에 세계적으로 5000만 대 이상 팔렸다.
모토글램도 오랜만에 한국 개발팀이 참여한 글로벌 전략폰이다. TV·PC·게임기 등 멀티미디어 단말기를 원격 조종하는 기능이나 각진 깍두기 모양에서 곡선 처리한 측면 디자인이 다소 파격적이면서 한국인의 섬세함을 느끼게 한다. 초고속 칩(720㎒)과 대용량 메모리(1GB) 성능으로 작동 속도도 빠른 편. FMC(유·무선 통합) 기능으로 SK텔레콤이 서비스할 와이파이(근거리무선랜) 인터넷전화도 가능하다.
모토글램은 올 들어 초기 버전이 중국에 먼저 출시돼 품귀현상을 빚었고, 인민일보는 ‘최고의 휴대전화기’로 꼽았다. 모토로라코리아의 한동수 수석연구원은 “알찬 멀티미디어·SNS 기능에 세련된 디자인, 부담 없는 가격(70만원대)으로 제2 레이저 신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두께가 11.6㎜에 달해 투박하고, 화질이 떨어지는 점이 ‘얼리어답터’가 많은 한국 고객에게 먹힐까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미국 모토로라는 1983년 처음 상용 이동통신 단말기를 내놓은 ‘휴대전화 원조’다. ‘스타택’(96년 출시)과 레이저(2004년)는 전 세계를 휩쓴 휴대전화기의 아이콘. 그러나 2006년 이후 후속 모델들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지난해엔 모바일 사업 매각설까지 나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구글폰 ‘드로이드’가 아이폰의 대항마로 떠올랐고, 지난달 출시한 ‘드로이드X’는 나흘 만에 생산물량이 매진됐다. 모토글램을 비롯해 한국인의 손맛이 느껴지는 구글폰들이 휴대전화 종가의 효자 노릇을 할지 주목된다.
이원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