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원호 기자의 e-스토리] ‘휴대전화 원조’모토로라 한국인 손맛 타고 부활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9면

서울 양재동의 모토로라코리아 사무실은 요즘 생기가 돈다. 구글의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5일 국내 출시된 ‘모토글램’이 괜찮은 반응을 얻기 시작해서다. ‘팔로워(온라인 친구)’가 영국 여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에 이어 세계 두 번째(540만여 명)로 많다는 미국 배우 애시턴 커처가 이 단말기로 트위터 하는 TV 광고가 인상적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강조한 제품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퍼뜨린다는 평이다.

물론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S의 양강 체제가 확고한 한국 시장에서 출시 2주일 된 모토글램의 앞길은 험난하다. 하지만 한국법인 직원들은 나름대로 가능성을 점친다. 한국인의 손맛이 가미된 모토로라 최대 히트모델 ‘레이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 승산이 있다는 기대다. 한 한국 중소업체의 금속 키패드를 달아 2004년 당시론 가장 얇은 14.5㎜ 두께로 모습을 드러낸 레이저는 2년 만에 세계적으로 5000만 대 이상 팔렸다.

모토글램도 오랜만에 한국 개발팀이 참여한 글로벌 전략폰이다. TV·PC·게임기 등 멀티미디어 단말기를 원격 조종하는 기능이나 각진 깍두기 모양에서 곡선 처리한 측면 디자인이 다소 파격적이면서 한국인의 섬세함을 느끼게 한다. 초고속 칩(720㎒)과 대용량 메모리(1GB) 성능으로 작동 속도도 빠른 편. FMC(유·무선 통합) 기능으로 SK텔레콤이 서비스할 와이파이(근거리무선랜) 인터넷전화도 가능하다.

모토글램은 올 들어 초기 버전이 중국에 먼저 출시돼 품귀현상을 빚었고, 인민일보는 ‘최고의 휴대전화기’로 꼽았다. 모토로라코리아의 한동수 수석연구원은 “알찬 멀티미디어·SNS 기능에 세련된 디자인, 부담 없는 가격(70만원대)으로 제2 레이저 신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두께가 11.6㎜에 달해 투박하고, 화질이 떨어지는 점이 ‘얼리어답터’가 많은 한국 고객에게 먹힐까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미국 모토로라는 1983년 처음 상용 이동통신 단말기를 내놓은 ‘휴대전화 원조’다. ‘스타택’(96년 출시)과 레이저(2004년)는 전 세계를 휩쓴 휴대전화기의 아이콘. 그러나 2006년 이후 후속 모델들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지난해엔 모바일 사업 매각설까지 나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구글폰 ‘드로이드’가 아이폰의 대항마로 떠올랐고, 지난달 출시한 ‘드로이드X’는 나흘 만에 생산물량이 매진됐다. 모토글램을 비롯해 한국인의 손맛이 느껴지는 구글폰들이 휴대전화 종가의 효자 노릇을 할지 주목된다.

이원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