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자전거↑ … 인터넷 화제 세대교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최근 2년간 인터넷 블로그 포스트 약 6000만 개의 주제어를 분석해보면 생활 분야가 35%, 인물과 장소에 대한 언급이 각각 16%였다. 평화·군대문제·경제위기 등의 사회 이슈(12%), 기업(10%), 언론사(7%) 등이 뒤를 이었다.

◆뜨는 자전거, 지는 와인= 생활 분야 최대의 화제거리는 와인과 자전거였다. 현실 세계의 트렌드와도 맞아 떨어진다. 2008년은 업계에서 ‘와인 빅뱅’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와인 수입량이 최고점을 기록한 때다.

자전거는 정부의 자전거 도로 정책과 맞물려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 속성은 반대다. 와인은 지는 트렌드, 자전거는 뜨는 트렌드다. 와인은 2008년 2분기 블로그 포스트 노출 빈도수에서 7위를 차지했고, 이어 분기별로 4위,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2009년 들어 순위가 내려가기 시작, 2010년 2분기에는 1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와인과 함께 뜬 인물은 만화가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 탤런트 김주혁,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노무현 전 대통령,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 감독, 탤런트 배용준 등이다. 이원복 교수는 와인에 대한 만화책을 내서, 김주혁과 배용준은 와인 드라마의 영향이다. 블로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흥미롭다. “히딩크의 샤토 탈보, 이건희 회장의 샤토 라투르, 엘리자베스 2세의 샤토 그뤼오 라로즈처럼 ‘누구누구의 와인’으로 불리는 와인”“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회담 때 등장한 샤토 라투르, ‘김정일 와인’으로 이름 붙여진 이 와인” 등이다. 유명 와인들이 유명인과 결합해 ‘언제, 누가, 어떤 상황에서 마셨다’는 이야기를 만들며 인터넷을 타고 확산됐다.

와인나라 김지예 대리는 “마케팅에서 스토리텔링은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을 때 낯선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느끼도록 하기 위한 방식인데, 와인은 종류가 많기 때문에 스토리텔링이 꼭 필요한 술”이라고 설명했다.

◆자전거 정책의 동상이몽= 자전거의 경우 연관어에 ‘자전거 도로’와 ‘서울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성과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평소 “4대강 유역을 친환경 공원으로 조성하고 전국 곳곳을 자전거 길로 연결해 생태 문화가 뿌리내리게 하겠다”(2009년 신년 연설), “녹색 생활 혁명은 시대정신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자전거를 주요한 교통수단으로 복원시켜야 한다”(같은 해 4월 라디오 연설)고 강조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블로그 등을 통해 “자전거 타기는 건강에 좋고, 교통난을 해소하고, 주차난을 덜어주는 등 1석 5조”라고 강조해 왔다. 그런데 자전거와 연관된 다른 단어들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자전거 여행’‘스포츠’‘유산소 운동’‘관광’ 등 건강·여가 관련 연관어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들여다봤다. 블로거들은 자전거와 함께 어떤 장소를 언급하고 있을까. 제주시, 부산, 강원도, 올림픽 공원, 진영 봉하마을, 한강시민공원 등이 함께 떠오른다. 그 내용은 “제주도 일주 가족 자전거 여행 준비”“날씨가 너무 좋아 자전거를 끌고 인천대공원으로 다녀왔습니다” 등이다. 네티즌들의 자전거는 ‘녹색 성장의 대안이 될 대중교통 수단’과는 거리가 있었다.



특별취재 탐사1·2팀 김시래·진세근·이승녕·고성표·권근영·남형석 기자, 이정화 정보검색사, 안상욱(동국대 신문방송 4) 인턴기자

도움말 주신분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정재학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김용학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윤석민 서울대 언론학과 교수,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생활학과 교수, 한승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송길영 다음소프트 이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