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⑭ 기계산업 집중 육성나선 경남:"기술이 경쟁력" 1社 1기술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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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남 창원공단내 건설중장비 유압부품 생산업체인 동명중공업 직원들은 매달 하순이면 한 일본인을 손꼽아 기다린다.

매달 27,28일께 서류가방 하나만 달랑들고 나타나는 사람은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27년을 근무하다 개발실장으로 퇴직한 나가토모(68)씨. 그가 나타나면 유압기기 생산팀 직원들은 지난 한달 동안 유압부품을 설계하다가 힘들었던 부분에 대한 기술지도를 받는다.

나가토모씨는 경남도의 지식집약형 기계산업 육성계획(메카노21,Mecha-Know21)중의 한 분야인 해외기술자 초청사업으로 지난 6월부터 내년 5월 말까지 1년 동안 동명중공업에서 굴착기 유압부품 생산 기술을 지도한다.

나가토모씨가 매달 2박3일 일정으로 동명중공업에서 기술지도를 해주고 받는 자문료는 연간 6천여만원. 이중 60%는 경남도가 지원한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경남도내 중소기업체와 대학 등에 와 있는 해외 전문 기술자들은 33곳에 56명이나 된다. 해외 기술자들은 미국·일본·독일·중국·러시아 등 7개국에서 왔으며 경남도가 업체당 초빙 비용의 60%, 최고 1억2천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경남도는 앞으로 초청 해외기술자를 1백여명까지 늘려 나갈 계획이다.

기계(창원공단)·조선(거제도)·우주항공(사천)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경남도는 기계산업을 21세기 주력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계획을 추진중이다.

◇기계산업 육성책 어떻게 추진되나=국내 최대의 기계산업공단인 창원공단 1천1백여개 입주업체들의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기계공단이라고는 하지만 공작기계만 세계 업체들과 경쟁할 뿐 대부분이 대기업의 하청과 조립을 하는 수준이다.

'메카노 21'에는 2000년부터 2004년까지 4천2백8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경남 기계산업의 수준을 한단계 올려 21세기에는 이 분야를 수출 주력산업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욕이 담겨 있다. 이 계획은 재미 사업가 출신인 김혁규(金爀珪)지사가 1996년 9월 제4회 동북아 자치단체장 회의에서 창원 기계공단을 알리기 위해 '경남 국제기계박람회'를 열겠다고 제안한데서 비롯됐다.

金지사는 "삼한시대 철기문화를 꽂피운 경남에 기계·조선·중공업체들이 몰려 있는 지역 특성을 살릴 만한 대표적인 산업은 기계산업뿐이라는 데 착안했다"고 말했다.

메카노 21의 기본 틀은 ▶현장 특화된 고급인력 양성▶기계산업 정보화 기반구축▶해외기술자 초청 기술지도▶중소기업체 1사1기술 특화육성▶기계기술 종합지원센터설립▶신 지식 기계기술 기반구축 등 14개 사업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들에 가장 큰 힘이 되는 1사1기술 육성계획은 8백억원으로 중소기업들의 40여 과제를 선정, 집중 지원해 준다. 1과제당 개발비의 75%인 1억2천만원까지 국비·도비가 전달된다.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해 실험과 기술개발에 부담을 느끼던 중소기업들에 큰 힘이 되고 있다.

94년부터 음식 쓰레기 소멸기를 개발 중인 두성은 자금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2년 전 1사1기술 육성 계획 대상기업으로 선정돼 경남도로부터 1억여원의 자금지원을 받고 최근 시제품 개발을 마쳤다. 음식쓰레기를 미생물로 분해하는 이 기계는 힘들었던 염분처리 문제를 해결해 시제품을 일본에서 요구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두성의 백명성(白名成·42)사장은 "시행착오를 겪을 때마다 자금이 부족해 초조했는데 경남도로부터 지원을 받고는 푸근한 마음으로 연구를 마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달 말 착공예정인 기계기술종합지원센터에는 연건평 1만2천여평에 전시실·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서 경남도내 기업체들이 생산하는 기계제품을 상설 전시하고 기계관련 국내외 회의가 가능해진다. 5백억원이 투자됐다.

◇벌써 나타나는 성과들=메카노 21 계획이 시작된 지 2년밖에 안됐지만 기술개발 마무리 단계에 있던 기업체들은 경남도의 지원을 받아 기술개발을 마친 업체까지 나타나고 있다.

동명중공업은 일본인 기술자의 도움으로 굴착기 유압시스템을 움직이는 메인펌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수입에 의존해 오던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어 수입대체 효과가 연간 20억원대에 이른다.

동명이 개발한 부품들이 일본유압공학협회 기술상을 받는 등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효과도 부수적으로 거두고 있다.

경남도가 출자한 소프트웨어 업체인 가온소프트는 인도 기술자 2명의 도움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업무지원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창원공단㈜오토엔은 1사1기술 육성계획의 지원으로 코일 좌표인식을 통한 자동화 설비를 개발했다. 전체 개발비 1억8천만원 중 1억2천만원을 국비·도비로 지원한 결과였다.

경남도는 이 계획이 마무리되면 기계류의 수출 비중이 현재의 26%에서 2010년엔 50%로 늘어나고 기계류 생산액이 현재 27조원에서 40조원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용인력도 16만명에서 20만명까지 늘릴 수 있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경남도는 2004년이면 끝나는 메카노 21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포스트 메카노 21도 준비 중이다.

2005년부터 4년동안 5천억원을 투자키로 하고 정부 관련기관과 협의를 벌일 계획이다.

메카노 21 사업을 수행하는 경남미래산업재단 오경삼(吳敬三)대표이사는 "메카노 21은 경남 기계산업에 희망의 불씨를 피운 것일 뿐"이라며 "앞으로 추가사업을 통해 기계산업을 경남의 대표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창원=김상진 기자

daedan@joongang.co.kr

협찬:PO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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