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코시즈 감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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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너무 잔혹하고 폭력이 필요 이상으로 많지 않나.

"그런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영화의 배경인 1860년대 뉴욕은 실제로 그랬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당시는 법과 질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먹고 살기 위한 원시적인 투쟁이 사회를 지배했다. 불과 1세기 반 전의 일이지만 지금의 뉴요커들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마틴 스코시즈(60) 감독은 예상한 질문이었다는 듯 분명하게 말했다. 2년 넘게 찍은 이 영화는 원래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하려 했었다. 그러나 9·11 테러사태 직후여서 제작사인 미라맥스는 폭력이 골간을 이루는 이 영화의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런 점이 마음에 걸렸는지 그의 변은 이어졌다.

"1840~70년 아일랜드엔 엄청난 기근이 들어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들은 살 길을 찾아 대서양을 건너 뉴욕 항구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이 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도 가난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이민자들을 배척했고 두 세력 간에 전쟁이 벌어졌다."

스코시즈는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의 처참한 근대사를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의 고통이 점철된 삶을 조명하는 대서사시 같은 영화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양념 삼아 요즘 어떤 영화를 즐겨 보느냐고 물었더니 공포영화란다.

"최근엔 한국 호러물을 몇 편 봤는데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 중 '텔 미 썸딩'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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