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우정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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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외국 기업의 인사 제도를 그대로 한국 직장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많아요." "그렇다고 국내 기업 문화나 시스템만을 고집하면 '우물안 개구리식'이 되지 않을까요." 지난달 10일 경남 창원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창원 공장에서 열린 이 회사의 '이(異)문화 연구팀' 모임에서 나온 말들이다.

이 모임은 스웨덴 기업인 볼보가 삼성중공업의 중장비사업 부문을 인수한 1998년 탄생했다. 임직원들간에 생길 수 있는 문화적 마찰을 줄이고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자는 목적으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일종의 세계 문화 연구 동호회다.

독일·프랑스·스웨덴·일본 출신의 외국인 임직원을 포함해 회원은 모두 36명.모임은 두달에 한번씩 열리며 공식 언어는 영어다. 일부 회원들은 회의에서 '꿀먹은 벙어리'가 되지 않기 위해 퇴근 후 영어 회화 학원을 다닌다. 지난 8월 모임에서는 회원들이 과거 삼성에 속했을 때와 외국 기업으로 변신한 이후 달라진 회사 근무 형태와 분위기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다.

회원들의 경조사도 꼬박꼬박 챙긴다.

독일인 회원인 피터 세볼드(34)가 지난해 딸(아나 이사벨라)을 얻자 지난 9월 동호회 멤버들이 전통 한국식으로 돌잔치를 열어 줬다. 피터는 "이 모임을 통해 우리 가족들이 한국의 전통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한국에 대해 더 친근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스웨덴에서 온 스테판 린드스트란드의 경우 이 모임을 통해 '서대판'이라는 한국식 이름도 얻었다. 이문화 연구회는 매번 모임이 열릴 때마다 나눈 토론 내용 등을 모아 온라인으로 소식지(뉴스레터)를 내고 있다.

표재용 기자 pjyg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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