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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공부의 신 프로젝트] 공부 개조 클리닉 중등부 2기 선발된 5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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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시작될 ‘공부 개조 클리닉’ 에 선발된 중학생 5명이 11일 서울대 교정에 모여 각오를 다지고 있다. [최명헌 기자]

떨어진 성적만큼 의기소침해져

김정원(충남 성정중 3)군은 “책상 앞에만 앉으면 딴 생각에 빠진다”고 털어놨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책만 펴면 머리가 아프고 친구와 놀고 싶어져 몸이 근질근질하다. 집중이 안 되니 아무리 오래 공부한들 성적이 오를 리 없었다. 어머니 고학희(42·충남 천안)씨는 “정원이가 어렸을 때부터 맞벌이를 해 공부 습관을 제대로 들여주지 못해 미안하고 안타깝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하위권을 유지하던 김군의 성적은 올 들어 곤두박질쳤다. 3학년에 올라와 치른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성적에 고씨는 할 말을 잃었다. 특히 수학 성적이 심각했다. 떨어진 성적보다 고씨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 건 명랑하던 김군이 갈수록 의기소침해지는 모습이었다.

고씨는 이번 여름방학에 김군을 학원에 보내 떨어진 성적을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학원 대신 공개조 클리닉을 택한 건 김군이 다시 밝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생각해서다. “당장 점수 몇 점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익혀 자신감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공신캠프 도중에 만난 김군의 표정은 밝았다. “캠프 수업 시간에 졸거나 딴 생각을 한 적이 거의 없다”며 웃었다. 멘토로 만난 김아영(23·이화여대 국어교육과 4)씨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김군은 “멘토 누나도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연예인 생각하느라 공부하다 잡념으로 고생했던 경험담을 들려줬다”고 말했다. 대학생 멘토도 자신과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생각하니 위안이 된 것이다. 김군은 “캠프에서 보고 배운 것만으로도 많은 자극이 됩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될 공개조 클리닉도 자신감 있게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효율적인 공부 스타일 고쳐야

안예솔(울산 학성여중 3)양은 자타가 공인하는 ‘성실파’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책상에 앉아 다섯 시간 이상 공부한다. 교과서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문제집도 열심히 풀기 때문에 딴 생각에 빠지거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노력에 비해 성적은 잘 나오지 않는다. 지난 학기 성적도 겨우 중위권을 유지한 정도다.

안양은 “나보다 공부하는 시간이 적은 친구들이 좋은 성적을 받는 걸 보면 의기소침해지고 공부 의욕도 자꾸 떨어진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꿈과 미래에 대해 얘기하다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는 “공부라는 구렁텅이에 빠져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헤매는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하고 싫었다”고 말했다.

안양은 공신캠프 둘째 날 학습 전략 강의를 듣다 무릎을 쳤다.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은 턱없이 적은 양을 학습하면서도 자신이 남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는 강사의 일갈 때문이다. 안양은 “생각해 보니 투자한 시간은 많았지만 공부 분량은 적었던 것 같다”며 “벌써 수능 준비를 하는 등 앞서가는 친구가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학원서 선행학습 하다보니 학교 수업 집중 못해

박찬우(경기도 연성중 2)군은 중학교에 진학하고부터 죽 학원 종합반에 등록해 공부해 왔다. 전 과목을 훑어주는 종합반 수강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밤 11시가 넘는다.

이번 여름방학을 앞두고 박군의 가족은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박군이 학원 수강을 중단하기로 한 것. 어머니 이혜숙(40·경기도 시흥시)씨는 “찬우가 학원에서 떠먹여 주는 것만 받아먹는 데 익숙해졌다가는 고등학교에 가서 자율학습 시간에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박군 역시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다 보니 정작 학교 수업 시간에는 졸거나 딴짓을 하는 일도 잦아지고 나만의 공부법을 터득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찾던 박군의 눈에 공개조 클리닉이 들어왔다. 박군은 “전문 컨설턴트에게 학습법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어 딱 내가 찾던 프로그램이었다”고 만족을 표했다. “막상 학원을 중단하고 나니 막막하고 두려웠는데 이제 올바른 궤도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제게 꼭 필요한 학습 노하우를 익혀 최상위권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작심삼일뿐 … 나태한 학습 태도로 고민

정서진(서울 잠신중 3)양의 고민은 시간 관리다. 시험 기간 때조차 계획에 맞춰 공부하기가 힘들 정도다. 책상 앞에 앉아 이것저것 들춰보다 보면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시간만 훌쩍 지나갔다. 정양은 “중학교 입학 때 반에서 3등이었던 성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도 아마 계획성이 없는 탓일 것”이라고 자가진단했다. 최은지(서울 난곡중 3)양 역시 하루 종일 공부를 한 것 같은데 성적은 오르지 않아 고민이다. “책상 앞에 앉아서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은 “공신캠프에서 대학생 멘토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공부를 해야겠다는 목표의식이 생겼다”고 입을 모았다. 정양은 “저는 집에서 맏이고 은지는 외동딸이라 평소에 조언을 구할 만한 언니·오빠가 없었거든요. 공신캠프에서 만난 멘토 선생님들은 다들 학창시절에 모범생들이었던 것 같아 배울 점이 많다”며 눈을 반짝였다. 최양은 “성적은 아직 부족하지만 방송국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며 “신문방송학과에 다니는 멘토 오빠가 중학교 때 어떻게 공부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줘 나도 꼭 멘토 오빠처럼 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글=박형수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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