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다이슨 디자인 혁신학교가 건립될 예정이다.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사물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넘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가르칠 계획이다. 디자인 과정에서 숱한 실수를 하고, 모든 과정에서 실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혁신과 독창성으로 다가가는 유일한 길이다. 디자인 혁신학교의 학생들은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공학 성공 사례를 만나게 될 것이다. 다이슨은 물론 윌리엄스 F1(포뮬러원 레이싱자동차), 에어버스, 롤스로이스 등 산업계를 이끈 원형들뿐 아니라 망가진 실패작들도 구비해 놓을 것이다. 공학의 매력은 이론만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실제 도전한다는 데 있다.
공학 공부는 산업의 정확한 현실을 반영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전도 유망한 산업디자이너들을 뽑아 이들에게 주는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를 수상한 이들의 아이디어를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지난해 우승작 ‘오토미스트’를 살펴보자. 일반 가정의 부엌 싱크대 수도꼭지에 바로 설치할 수 있는 화재 방지용 자동 분무기다. 화재가 발생하면 무선 열감지 센서가 싱크대 밑 펌프를 작동시켜 곧바로 물안개를 주방에 내뿜어 화재를 진압한다. 화재 경보기는 각 가정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40여 년간 개선되지 않았다. 반면 이 제품은 구상 단계부터 런던의 첼시 소방서 소방관, 스트레스 전문가, 소방 기술자 등이 폭넓게 참여했다.
또 한 명의 수상자는 한국인이다. 영국 왕립 예술학교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최민규씨다. 그가 개발한 ‘접는 플러그’는 두께가 1㎝에 불과해 크기가 일반 플러그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 하나의 소켓에 세 가지 각기 다른 기기의 플러그를 꼽는 게 가능하다. 다른 수상작과 마찬가지로 그의 아이디어는 문제에 대한 사려 깊고 기능적이며 우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디자인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플러그도 창조적인 산업디자인을 통해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젊은 산업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은 세계를 바꿀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것도 이처럼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이다. 간단하면서도 직관력 있는, ‘왜 내가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무릎을 칠 만한 사례들 말이다.
나는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이들을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한다. 그래서 강의실에서 갓 나온 젊은이들을 바로 연구실로 투입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젊은이들이 다른 사람이 마실 커피나 차를 따르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 상관의 그림자에 가려 무언가를 만들어 낼 때까지 1년여가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바라지 않는다. 당장 청년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
젊은 엔지니어들이 인생에 필요한 결정을 조기에 할 것을 조언하고 싶다. 이들이 아이디어가 가장 많고 한창 물이 올랐을 때 공학 분야에 뛰어들면 좋겠다. 이들은 지난 실수로 인한 상처도 없을 뿐 아니라 지난 영광의 오만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기질을 갖고 있다.
제임스 다이슨 회장
◆제임스 다이슨(63) 회장=영국 왕립 예술학교 박사.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겸 발명가로 진공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등을 만드는 영국 다이슨의 설립자.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청소기를 발명해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