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낙관론' vs '신중론'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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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연초 증시가 달아오르면서 주가 향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낙관론을 펴는 전문가들은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이기 때문에 계속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쪽에선 막연한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업 실적이 나오면 오름세가 꺾일 것으로 내다본다. 내수 경기에 대한 진단도 엇갈린다. 증시의 대표적인 낙관론자인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와 신중론을 굽히지않는 임춘수 삼성증권 상무로부터 증시 전망을 들어봤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

"대세상승 이미 시작 1분기중 1000 돌파"

"최근 주가 오름세는 앞으로 3년간 이어질 대세 상승의 시작일 뿐이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올해 종합지수가 얼마까지 오르겠느냐는 질문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최고치란 그 이후에 주가가 내릴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앞으로 수년간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기 때문에 올 최고치는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전무는 "1분기 중에 지수가 1000을 넘어서고, 거래소의 우량기업 주가는 3년후 지금의 두세배 수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한국 기업의 주가가 실제 가치에 비해 너무 낮게 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또 금리가 낮아 은행 예금이나 채권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고, 부동산시장에서 수익을 내기도 어렵기 때문에 돈이 증시로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연기금의 주식 투자 확대, 기업연금 도입, 적립식 펀드 인기 등은 증시의 기반을 더 튼튼히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 전망도 밝게 보고 있다. 이 전무는 "지난해 체감 경기가 나빴지만 2002년에 생긴 내수 거품을 걷어냈다는 점에선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이미 가계 저축률이 높아지는 등 소비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달러 환율이 연말에 980원선까지 떨어지겠지만 상장 기업들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며 "기업 실적은 3분기부터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국이 올해 안에 긴축 정책을 풀 가능성이 크고, 이렇게 되면 외국인의 한국 주식 투자도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전망을 근거로 그는 업종을 대표하는 '1등 기업'에 장기 투자하면 반드시 수익이 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선은 반도체.LCD.조선.철강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종이나 자동차처럼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종목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코스닥에 대해 이 전무는 "올해 정보통신(IT) 관련 설비투자가 크게 늘 것이기 때문에 장비.부품업체의 주가 또한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코스닥도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거품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 임춘수 삼성증권 상무

"기업실적 낙관 못해 980 넘기기 힘들 것"

"종합주가지수 1000 돌파는 지나친 낙관이다. 특히 코스닥 주가의 급등은 위험 수준이다." 삼성증권 임춘수 상무(리서치 센터장)은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은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초 증시의 기세가 좋지만 지수 980을 넘기긴 힘들 것"이라며 "2월 이후엔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주는 각종 실적과 통계가 나오면서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고점을 형성한 뒤에는 내내 부진하다 연말쯤에나 겨우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 상무는 시장의 낙관론을 경계하는 첫째 이유로 올해 기업실적이 지난해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그는 또 "국내 기관이 사더라도, 증시의 가장 큰 손인 외국인들이 팔자로 나오면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미국의 잇단 금리인상과, 5월 있을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의 투자비중 재조정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또 "정보기술(IT) 경기가 올 2분기쯤 바닥에 도달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후 글로벌 IT경기의 회복이 매우 더딜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수 회복 시점에 대해선 "올해도 아닐 수 있다"는 게 그의 답이다. 신용카드 문제는 다소 진정됐지만, 가계부채가 여전히 500조원에 이르고 조기퇴직.청년실업 등의 심각성도 더해져 사람들이 지갑을 열기는 아직 멀어 보인다는 판단이다. 그는 "다만 희망이 있다면 정부가 적절한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그 효과가 하반기에 가시화되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임 상무는 최근 증시 과열 논란과 관련, "거래소는 아직 과열을 논할 상황은 아니다"며 "그러나 코스닥의 '묻지마 급등'은 위험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후죽순 처럼 생겨나는 테마주 중엔 부실 기업이 상당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상무는 "요즘 지점에 아줌마 부대까지 다시 등장했다고 하는 데, 이게 바로 상투 신호"라며 "이제 개인들은 간접 투자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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