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 3총사의 우주 모험 KBS-2TV 새 만화영화 '스페이스 힙합 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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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KBS-2TV로 방영되는 새 애니메이션 '스페이스 힙합덕'은 '튀는' 작품이다. 예쁘고 귀여운 주인공들이 등장해 알콩달콩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존의 어린이용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주인공은 괴팍스러운 근육질의 오리소녀 '힙합덕'. 그녀에게 늘 구박받는 소심한 '왕자'(이름만 왕자)와 똑똑한 만능 로봇 '아르고'가 스페이스 은하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는 황당무계한 코믹스토리가 주축을 이룬다.

"요즘 어린이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를 풀어주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연구했다"는 제작사 선우엔터테인먼트(회장 강한영)의 소현희 팀장은 "악동 삼총사를 통해 어린이들은 시원한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영을 앞두고 미리 본 '스페이스 힙합 덕'은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으로 유명한 조범진 팀이 만든 개성 강한 캐릭터들와 연두와 보라 같은 선명한 원색이 대비되도록한 색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나는 우주 괴물은 일본 애니메이션 '포케몬'이나 '디지몬'에서 보여졌던 대결과 포획의 개념이 아닌, 이해와 포용의 대상이다. 예를 들어 첫화 둘째 에피소드에 나오는 살아있는 소혹성과 왕자의 짧은 만남의 얘기는 따뜻한 감동을 준다.

만능 로봇 '아르고' 역시 동심의 눈높이에 맞춘 캐릭터다. "날아라"하고 외치는 것만으로도 조종이 가능한 우주선도 되고, 혼자서 안테나를 척척 고치기도 하는 등 힙합 덕과 왕자가 필요한 모든 것을 해내는 아르고야말로 어린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이자 친구의 모습이다.

게임에서 쓰이는 무기창의 개념을 원용한 '아이템 윈도우'를 왕자가 이용하도록 하고 어린이용 힙합 음악(주제가 YG패밀리)을 대거 삽입하는 등 게임과 음악을 좋아하는 초등학생들의 기호를 민감하게 반영했다는 점 역시 돋보인다. 유명한 스릴러 TV시리즈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를 빼닮은 수사관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볼 부모들을 위한 재미다. 일부 장면이 지나치게 빨리 바뀌면서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아쉽다.

디즈니·니켈로디언 등 미국 유명 제작사가 만드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가하면서 창작 애니메이션 '마일로의 대모험'을 선보였던 선우엔터테인먼트는 이 작품을 이미 중국과 동남아에 39만달러에 수출했다.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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