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쇼핑몰마다 인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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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그동안 많이 움츠린 생활을 해 왔어요. 다들 어렵다고 하고 나도 마음에 드는 옷 하나도 제대로 사지 못했지요. 그런데 거의 40%나 세일을 한다기에 온가족이 나왔어요. "

연말연시 미국의 최대 쇼핑시즌이 시작된 지난달 29일(추수감사절 다음날로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함) 오후 뉴저지주 해켄섹에 있는 블루밍데일 백화점에서 만난 40대 초반의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미국 주요 도시의 쇼핑몰에는 예상보다 많은 소비자가 몰렸다. 뉴욕 엘름허스트에 있는 퀸즈센터 몰은 이날 새벽부터 오후 10시까지 1만8천명이 몰려들었다고 밝혔다.

매장 관계자는 "일부 품목을 70%까지 할인 판매한 KB장난감 가게 앞에는 손님들이 오전 2시30분부터 줄을 섰다"며 "소비자들은 그동안 충분히 참아왔다는 듯 쇼핑몰로 쏟아져 들어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2위의 소매체인점인 K마트는 올해도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일요일까지 사흘간은 매장을 24시간 운영한다고 밝혔다.

겨울 날씨가 매섭기로 유명한 시카고를 비롯한 중서부와 동북부 지역에선 스웨터와 코트 등 겨울의류가 특히 많이 팔려나갔다.

지난 가을 예상 외로 따뜻했던 날씨 탓에 준비했던 겨울 옷이 덜 팔려 걱정했던 상인들도 이 날은 얼굴이 확 피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에서 대학을 다니는 최원석씨는 디지털 카메라를 사기 위해 전자제품 양판점인 베스트 바이를 이날 오전 6시쯤 찾았으나 이미 주차장이 꽉 차 있었다고 말했다.

기대 이상으로 활발했던 이런 쇼핑붐은 최대 소매체인인 월마트의 실적으로 바로 뒷받침됐다. 월마트는 29일 하루 미국내 판매액이 14억3천만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액 12억5천만달러보다 14%나 늘어난 것이다. 월마트 측은 1백49달러인 27인치 TV와 49달러인 DVD 플레이어가 불티나게 팔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월마트의 매출 증가가 특정 할인품목에 집중된 측면이 강하지만 경기침체와 이라크전 먹구름이 연말 경기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던 우려는 떨쳐버렸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최근 소비가 값비싼 고급제품보다는 품질은 중간급이면서 할인이 많이 되는 품목에 몰린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가 불안할 때 나타나는 소비패턴이라는 것이다. 미국 연말연시 쇼핑은 이듬해 세계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 역할을 한다.

이런 추세대로면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한 갤럽의 최근 전망치(연말연시 미 국민 1인당 쇼핑금액이 지난해보다 약 6% 감소) 보다는 경기가 더 좋아진다고 본 신용카드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예상치(5% 가량 증가)가 더 맞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sims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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