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일병 사망' 어느 쪽이 맞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방부 특별조사단이 28일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고 사망원인을 자살로 결론내려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許일병의 사망 원인을 각각 '자살'과 '타살'로 내놓은 특조단과 의문사위는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양상까지 보여 이 사건의 실체규명은 사법부 등에서 최종 판가름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살 결론 근거=특조단은 전문수사관 24명과 자문위원 7명 등으로 지난 8월 28일부터 3개월 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원점부터 재조사한 결과 자살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許일병이 타살됐다"는 의문사위의 발표는 한마디로 거짓이라는 게 특조단의 결론이다. 특조단은 참고인들의 진술과 당시 수사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사건 당일인 84년 4월 2일 오전 10시쯤 총성 한 발이 들린 데 이어 10시52분에서 11시 사이에 총성 두 발이 잇따라 들린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벽 2시쯤 盧모 중사가 첫 총탄을 발사했다는 의문사위의 발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또한 특조단은 당시 헌병대 수사결과에서도 밝혀졌듯이 許일병의 시신을 오후 1시20분쯤 발견하곤 중대장이 지휘조치 부실에 대한 문책을 피하기 위해 사건 발생 시간과 시체 발견 경위를 조작했다고 덧붙였다.

의문사위가 대대장 운전병과 대대 통신병 등의 진술을 근거로 대대장과 보안대 許모 하사가 당일 새벽에 사고현장에 갔다고 밝힌 것은 참고인들의 착각에서 비롯됐다는 게 특조단 측의 주장이다.

특조단 관계자는 "특조단 조사에 끝까지 불응한 전모 상병을 제외한 중대원들의 진술 및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재구성해보면 자살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면서 "법의학자들의 의견도 특조단 수사결과와 괘를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짜맞추기 수사 있었나=특조단과 의문사위는 서로에 대해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는 의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조단은 특히 의문사위가 처음부터 타살로 방향을 잡아놓고 짜맞추기 수사를 진행했으며, 현장검증마저 조작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정수성 특조단장은 "의문사위의 조사는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이뤄진 조작이자 날조"라며 "대대장 운전병 등 의문사위가 타살을 입증하는 참고인이라고 발표한 이들이 모두 특조단 조사에서는 '사전 각본에 따른 유도질문에 대답했다'고 진술했다"며 의문사위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철희 기자

chlee@joongang.co.kr

허원근 일병 사건 일지

1984년 4월 2일:許일병, 가슴·머리 등에 세 발의 총을 맞고 사망. 군에서 자살로 발표

2001년 1월 13일:의문사위, 許일병 사건 조사 착수

2002년 8월 20일:의문사위, 許일병이 만취상태 부대 간부에 의해 총살됐다고 중간 조사결과 발표

8월 27일:국방부 특조단 許일병 사건 조사 착수

9월 10일:의문사위, 許일병 타살 최종 결론

10월 29일:국방부 특조단 사건 당시 총기사고 없었다고 중간 발표

11월 25일:국방부 특조단, 법의학 공개토론회 개최

27일:국방부 특조단, 현장검증

28일:국방부 특조단, 許일병 자살 최종 발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