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족 휴가 제주로 가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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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너도나도 해외로 떠난다. 해외 골프여행은 붐을 이룬다. 하지만 따져보면 겨울 가족 휴가지로는 제주도만한 곳이 없다. 우선 해외여행보다 돈이 덜 든다. 겨울에도 골프ㆍ등산ㆍ관광을 즐길 수 있고 먹거리도 풍부하다. 사나흘 머물면서 가족마다 각기 다른 여가를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이를 테면 남편이 골프 치는 사이 아내는 관광을, 자녀들은 등산을 즐기는 식이다. 특히 12월23일부터는 내국인도 면세점에서 쇼핑할 수 있게되고 이미 골프장 그린피는 내려 잘만하면 항공료 정도는 뺄 수 있다. 쪽빛 바다와 짙푸른 하늘,그리고 장엄한 한라산이 펼치는 풍경-. 동양의 진주, 제주만이 줄 수 있는 겨울 선물이다.

◇'오름'들의 천국=제주의 이국적 풍광을 즐기는 1단계는 '오름'이다.가설부터 먼저 보자.

"수백만년전 돌연 바다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던 한반도는 그 땅과 몸을 합쳤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두땅은 다시 바다로 갈려 몸을 나눴다. "

오름은 제주 중앙부에 우뚝 선 한라산을 무대로 제주 전역에 무수히 널려 있는 야트막한 산들이다. 지질학 용어로 '기생화산'(parasitic volcano)으로 불린다.

지구중심으로부터 올라온 열이 지층의 부드러운 곳을 선택,불쑥불쑥 솟아오른 것들이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신라의 고분군(群)수백기가 펼쳐지는 장관이다. 3백68개나 된다.

"3백여 개가 넘는 기생화산이 밀집·분포한 예는 세계적으로도 제주도가 유일하고 제주도만큼 지질자원의 집합체를 이룬 곳은 없다."

학자들의 종합분석 결과다.

그런 연유에서일까?

"실컷 한라산을 돌아다니다가 오늘에야 새삼스럽게 한라산을 간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이 섬에 들어와서부터는 어디나 한라산이니…"

1937년 7월28일 시인 노산(鷺山) 이은상(李殷相·1903~1983P)이 남긴 '한라산등반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한라산과 자손격인 오름들이 제주전역에 자리 잡아 한라산맥을 형성, 제주도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음을 쓴 것이다. "한라산이 제주도요,제주도가 한라산"란 말은 그래서 나온다.

한라산은 자연휴식년제가 실시돼 적설기(12월~2월)에만 등반을 허용한다. 백록담이 보이는 정상에서 구름을 발밑에 두고 사방을 둘러보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날씨만 얄궂지 않다면 멀리 태평양을 볼 수 있다.

오름과 한라산행 길에 생태관광 길잡이를 원한다면 제주지역 시민단체인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주도하는 '한라생태길라잡이'(064-757-0092)로부터 길안내를 받는 게 좋다.

◇골프장 그린피 국내서 가장 저렴=제주의 골프장은 요즘 한마디로 문전성시다. 겨울철에도 파란 잔디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입장료가 내려 굳이 해외 원정을 나갈 필요가 없다. 지난 4월 국제자유도시법이 시행되면서 특소세·농특세 등 세액감면 됐기 때문이다. 10만8천~17만원(주중)이던 입장료가 7만9천~13만1천원으로까지 내렸다. 주말에는 10만9천~17만1천원이면 된다.

평균 입장료로 치면 제주지역은 8만8천(주중)~11만8천원(주말).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평균 13만~16만2천원보다 4만~5만원이 더 싸다. 이틀만 제주에서 골프를 친다면 왕복 항공료는 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제주를 찾은 골프관광객은 20만8백여 명으로 지난해 16만여 명에 비해 25%나 늘었다. 4월 이후로 치면 40% 가까이 늘었다.

◇가족 함께 가면 기쁨 두 배=제주도는 신혼여행지로 유명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족관광지로 면모를 바꾸고 있다. 가족끼리 와서 각자의 취미에 맞춰 골프ㆍ등산ㆍ관광 등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관광협회 공항안내소는 올 들어 지난20일까지 제주를 찾은 가족단위 관광객은 2백10만6천5백여 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올 들어 제주를 찾은 관광객 4백10만여 명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가족관광객은 1백87만4천여 명이었다.

오는 12월23일 국내 초유의 내국인 면세점이 제주공항(1곳)·제주항(2곳)에 문을 열 예정이어서 쇼핑도 싸게 할 수 있게 된다.

호텔보다 이색적인 숙소를 찾는 것도 좋다. 제주 전역에 콘도시설도 많아 선택폭도 넓다. '휴양펜션'(콘도형 민박),통나무 민박 등을 찾는 것도 좋다.

숙소선정이 고민되면 제주도청 홈페이지(www.jeju.go.kr)에서 관광정보를 검색하면 목록을 뽑을 수 있다. 전화문의는 제주도청 관광진흥과(064-710-3310)로 하면 된다.

관광하기 전에 제주시내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064-722-2465)과 국립제주박물관(064-720-8000)을 들러 제주를 먼저 알고 나면 감동은 더욱 커진다.

누구나 마음대로 마을 대다수 농원에서 감귤을 따먹을 수 있는 서귀포시 예래동의 2회 감귤축제(064-738-1542)가 11·12월 두 달 간 열리고 있다. 농림부 지정 그린투어 시범마을인 예래동은 해발 90~1백10m 일대에 고인돌(6기)과 기원전 5백~1백년의 바위그늘집자리(16개) 등이 산재하고 예래천이 반딧불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생태문화를 체험하는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마을이다.

제주=양성철 기자

ygodo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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