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채시장 거의 잠수상태 대부업법 시행 한달 업체 등록률 1.5% 불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신용도가 낮아 은행이나 상호저축은행(옛 상호신용금고)에서 외면받는 서민들이 마지막으로 두드리는 곳이 사채(私債)시장이다. 그러나 이젠 이곳마저 대출을 꺼리고 있어 서민들이 갈 곳이 없어지고 있다. 단돈 2백만∼3백만원이 급하게 필요해 찾아가지만 문전박대당하기 일쑤다.

대부업법이 시행된 지 한달이 지난 현재 사채시장의 모습이다. 사채업체를 양성화하고 대출이자 상한선(연 66%)을 정해 서민을 보호하겠다던 취지가 무색하게 사채업체 등록률은 극히 저조하고, 그나마 업체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대부업법이 발효된 뒤 한달 동안 각 시·도에 정식으로 등록한 사채업체는 28일 현재 6백19개. 등록마감일인 내년 1월 26일까지 아직 두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4만여개로 추산되는 전체 업체 중 1.5%에 불과한 저조한 등록률이다.

게다가 등록업체들은 이자율을 대폭 낮춘 만큼 돈 떼일 것을 우려해 신용도 조사를 강화해 대출승인율을 낮추고 있다. 대출승인율이란 대출신청 접수건 가운데 대출이 이뤄진 건수의 비율을 말한다.

A&O·프로그레스·해피레이디 등 대표적인 일본계 대금업체의 경우 대부업법 시행 이전에는 통상 40%의 대출승인율을 기록했으나 요즘엔 29%선으로 낮아졌다. 찾아오는 고객 10명 중 4명꼴로 대출해주던 것을 3명꼴 미만으로 줄인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사채업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앙캐피탈의 경우 지난 8월 23%의 대출승인율에서 이달 들어 15%로 낮아졌다.

금융감독원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이자상한을 법으로 제한하면서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외면당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일부 서민은 비등록업체로부터 연 4백∼5백%의 초고금리 상품을 울며 겨자먹기로 이용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그러나 대부업법 시행 직전 한달 동안 폭언·협박 등 불법적인 빚독촉 행위로 인한 사법당국 통보 건수가 47건이었는데 비해 법 시행 후 한달 동안에는 13건으로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서민들의 애환은 가중되는데, 불법적인 빚독촉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대부업법의 또 다른 위력만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정선구 기자

sung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