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분양가 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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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서울시의 아파트 분양가 간접규제에도 불구하고 분양가 뻥튀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달 5일 청약접수를 하는 서울 11차 동시분양에 참여한 21곳의 분양가 대부분이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어서 업체 이윤과 재건축 조합원의 추가부담금을 일반 분양가에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소시모)은 11차에 나올 17개 업체 21곳의 분양가가 모두 과다 책정됐다며 해당 구청에 분양가 인하를 통보하도록 지난 25일 서울시에 요청했다.

소시모에 따르면 21곳의 아파트 건축비가 모두 원가 계산 기준보다 최고 2백35%나 높았고 땅값도 원가 대비 1백% 이상인 업체가 11개나 됐다.

특히 강남권의 분양가 부풀리기가 심하다. 강남구 논현동 한진중공업 아파트의 경우 건축비가 무려 평당 9백만원(34평형 기준)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이 아파트 40평형 분양가는 평당 1천5백61만3천원, 총 6억3천2백22만원이다. 인근에서 2004년 6월 입주하는 두산위브 40평형 시세가 5억7천만∼6억2천만원, 내년 12월 입주하는 동부센트레빌 41평형이 5억5천만∼6억2천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분양가를 너무 과다 책정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건축비에는 단순 공사비 외에 철거·상가·골프연습장의 영업보상비 등이 포함됐고 도급공사여서 시행사의 투입비 등을 감안해 주변 시세에 맞춰 가격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서초구 서초동 대림e편한세상은 땅값이 원가 대비 3백41%선인 평당 2천5백86만8천원으로 조사됐다. 37평형 분양가가 5억4천3백70만원(평당 1천4백55만6천원), 46평형은 7억2천3백만원(평당 1천5백61만3천원)이다. 인근 한빛삼성(1999년 11월 입주) 38평형이 5억3천만∼5억8천만원선으로 입주 때까지 금융비용과 취득·등록세 등을 감안하면 주변 아파트보다 되레 비싼 셈이다.

대림 관계자는 "부가가치세 산출 안분 비율에 따라 토지·건축비를 나누다 보니 토지비에 많은 금액이 책정된 것"이라며 "주변 시세와 비슷한 가격을 책정한 뒤 배분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풍림산업이 강남구 대치동에서 내놓은 41평형 33가구는 7억33만3천원으로 평당 분양가가 무려 1천7백1만3천원이나 된다.

분양가가 비싸기는 강북도 마찬가지다. 성북구 종암동 현대아이파크의 경우 31평형이 2억5천5백만원, 41평형이 3억4천만원이다. 이는 인근에서 98년 입주한 SK아파트(33평형이 1억9천5백만∼2억5천만원)보다 비싸고 지난해 11월 나온 종암동 아이파크 분양가(33평형 2억4백70만원,42평형 2억8천3백70만원)보다도 5천만∼6천만원이나 많다.

서울시와 시민단체의 분양가 간접규제 이후에도 가격이 눈에 띄게 떨어진 곳이 없다. 부동산뱅크가 올해 동시분양 분양가를 가구별 가중평균한 값으로 조사한 결과 간접규제를 실시한 4차를 기준으로 1∼3차와 4∼10차 둘 다 분양된 15개구 중 5개구만 값이 내리고 10개구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 건설업체 분양담당자는 "기업이윤을 충분히 반영해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분양가를 책정한 뒤 그 가격에 맞게 서류를 끼워 맞추는 게 업계의 정설"이라고 털어놨다.

솜방망이 제재도 업체의 눈속임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부분이 도급사업이고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해봤자 입주 때인 2∼3년 뒤에 사업 정산할 때 추징금을 내면 된다는 식이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seom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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