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 피부' 韓方으로 가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23면

몇 년 전부터 양쪽 볼에 난 여드름 때문에 고민해 온 김모(25)씨. 1년여 전부터 병원을 전전했지만 치료를 받을 때만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 더 큰 고민은 피부가 예전보다 얇아지면서 거칠어지는 느낌이 든다는 것. 그래서 이번에 그녀가 찾은 곳은 한의원이었다. 최근 피부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한의원이 늘면서 여성들을 겨냥한 피부미용 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피부관리실 영역을 잠식한 피부과의사들에게 한의사들이 도전장을 내면서 종래의 피부관리사들과 함께 3파전을 벌이고 있는 것.

피부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은 '얼굴은 오장육부의 거울'이라는 장부(臟腑)론에서 비롯된다.

금산스킨클리닉 한승섭 원장은 "모든 장기(臟器)는 상호 연관돼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피부에 드러난 현상을 치유하기 위해선 원인을 일으킨 장부의 질환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이마는 심장이나 소장, 왼쪽 볼은 간, 오른쪽 볼은 폐, 중앙은 비·위장, 턱 주변은 신장·방광이 주관한다는 것이다.

특히 얼굴의 각 부위는 오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목·화·토·금·수의 원기에 해당하는 기본색이 있어 피부색의 변화로 각 장기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이마에 여드름이 많고 붉은 색이면 심장에 열이 있으며, 코주변에 여드름이나 피부 트러블이 있다면 비·위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턱 부위는 여성의 경우 부인과질환, 남성은 비뇨기질환이 추정된다는 얘기다.

<그래픽 참조>

한원장은 "같은 여드름이라도 10·20대 초반에는 이마에, 20대 중반엔 양쪽 볼,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턱 주변에 주로 나는데 이는 장부마다 나이의 특성이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약재료와 같은 천연물을 이용한 팩이나 크림을 사용하는 것도 피부전문 한의원의 특징.

예한의원 손철훈 원장은 "피부의 열이 많아 피부 트러블이 심한 사람에겐 녹두·치자·황금과 같은 냉성(冷性)재료를,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냉성 피부엔 인삼이나 녹용추출물 등 다양한 열성 재료를 사용할 정도로 팩이나 크림을 다양하게 사용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한약재는 피부가 가지고 있는 자생의 원리를 북돋워주도록 개인의 피부 특성에 따라 선택한다.

최근 등장하는 피부전문 한의원은 나름대로 특화돼 있다는 것도 관심거리. 금산스킨클리닉(서울 압구정동)의 경우 양방치료를 겸하고 있어 장부 치료는 한방에서,여드름 흉터와 같은 국소적 병변의 레이저치료는 피부과전문의에게 치료받을 수 있다.

또 자생한방에스테틱(서울 신사동)은 항노화클리닉을 겸하고 있어 한방재료를 이용해 피부의 탄력·검버섯 등 피부 노화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비만치료를 겸하고 있는 몸앤맘한의원(〃서초동), 해독치료 전문을 표방하는 예한의원(〃역삼동), 아토피와 같은 난치성 피부질환을 다루는 삼정한의원(〃대치동), 청뇌한방병원(〃마포),이은미여성한의원(〃반포동), 꽃마을한방병원(〃서초동)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의외치(外治)학회장을 맡고 있는 삼정한의원 신광호 원장은 "피부전문 한의원을 준비하는 곳을 포함하면 50여곳이 넘을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한 열기가 뜨겁지만 의서(醫書)에 나와 있는 외용제에 대한 연구나 국제 경쟁력을 갖는 기초연구 및 제재 개발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kojok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