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영재학교 입학사정관 전형 이렇게 뚫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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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만 학생을 선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단계 학생기록물 평가에서 자기소개서·추천서·에세이·영재성입증 자료·생활기록부 등의 제출서류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2단계 영재성 다면평가에선 지필고사인 수학·과학 종합사고력평가와 영화감상문·개별면접·그룹토의 등의 방식으로 영재성을 판별했다. 합격생 2명으로부터 합격 비결을 알아봤다.

내 꿈은 천체물리학자, 어떤 노력했는지 기록

태기현(경기 부천 부곡중 3)군은 “장래희망인 천체물리학자에 한 발 다가선 것 같다”며 합격의 기쁨을 표현했다. 태군이 천체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1학년 때 지구과학 올림피아드에 참가하면서 부터다. 천체물리학에 대한 관심은 교내과학동아리 활동으로 이어졌다. “온통 관심이 천문학에 쏠렸었죠. 매일 밤 11시까지 했던 자기주도학습에서도 수학·과학에만 매달렸어요.”

태군은 이런 관심분야에 대한 계발활동을 자기소개서에 표현했다. 자신의 진로와 장래희망을 발견하게 된 계기와 꿈을 이루기 위해 중학생으로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보여줬다. 교내 과학동아리에서 했던 다양한 실험들, 친구들과 팀을 이뤄 했던 자기주도학습 등 수학·과학 공부 과정도 자세히 서술했다. 과학동아리 지도교사의 주선으로 이뤄졌던 한국과학영재학교 선배들과의 만남도 태군에겐 소중한 경험이었다. 자신만의 경험을 살린 구체적인 지원동기가 됐다. 에세이에서도 이런 노력의 과정을 보여 주려고 노력했다. 교사·친구들과 함께 천체관측대회에 참가하며 한 달 동안 학교 옥상에서 별을 관측했던 경험, 대회를 거치며 느꼈던 것들, 자신의 꿈에 대해 설명했다. “꿈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보여줘야 되요. 학교생활과 다양한 교외활동들이 일관되게 연결될 때 노력과 열정을 인정받을 수 있죠.”
 
수학·과학에 관심 가지게 된 계기를 서술

노유지(경기 용인 용동중 3)양은 태군처럼 목표가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자가 되자” 정도의 꿈을 가지고 있다. 노양은 수학·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노력을 자기소개서에 서술했다. 이 과정의 결과물들을 영재성 입증자료로 묶었다. 대표적인 것이 ‘오일러 함수와 음악기호를 이용한 암호화 방법 연구’다. 원래 어릴 때의 꿈은 음악가였다. 초등 6학년 때 영재학급에서 음악기호와 연관된 연구주제를 선정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 달간 밤을 새가며 완성했던 연구보고서가 진로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노양은 이처럼 수학·과학에 재미를 느끼며 과학자로 성장해가는 자신의 성장과정을 그려냈다. 노양의 지원동기는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해 더 많은 공부를 하며 관심분야를 정하고 싶다”는 것이다.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에 초점을 둬 포트폴리오를 제출한 것이 유효했다.

노양은 2단계 전형인 영재성 다면 평가에 대해 “너무 큰 부담을 갖지는 말라”고 조언했다. 노양도 2단계 전형에 대한 준비는 거의 하지 못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생소했을 뿐 아니라 근처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선배들도 없었다. 대신 “평소 다양한 수학·과학의 주제들에 대해 ‘왜?’라는 의문을 품어보는 습관을 들이라”고 말했다. 실험실습도 마찬가지다. 가설과 실험설계 후 반복 실험으로 오차를 줄여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논리력과 창의력이 키워진다. “그룹토의에선 ‘지식을 아는 것’보다는 남의 의견을 경청하며 논리적으로 말하는 태도를 평가한 것 같아요. 평소 다양한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독서로 배경지식을 쌓으세요.”

[사진설명] 태기현(왼쪽)군과 노유지양은 모두 “평소 과학동아리·영재학급 등에서 하는 실험·관찰들이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며 “학교생활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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