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76㎡ 소유자 84㎡ 배정 받으면 추가 분담금 1억4000만원 내야 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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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재건축의 닻을 올렸다. 지난 3월 네 번 만에 안전진단을 통과한 데 이어 최근 공모를 통해 재건축 정비계획을 수립할 업체(에이앤유디자인그룹·선진엔지니어링 컨소시엄)를 선정했다. 강남구청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정비구역 지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대치동의 은마아파트가 이런 모습으로 바뀔까. 최근 이 아파트의 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용역업체가 제시한 재건축 조감도. 최고 50층짜리 5605가구가 들어서는 것으로 돼 있다.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주택시장 위축으로 주춤하던 투자 문의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이들의 관심은 정비계획과 투자 수익성.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과 이에 따른 수익성은 올 연말에야 알 수 있다. 컨소시엄이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연말께 정비계획안을 내놓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소시엄이 공모 때 내놓은 제안안을 토대로 정비계획을 대략 유추할 수는 있다. 강남구청 주택과 문성재 팀장은 “제안안에 대해 주민들의 특별한 반대가 없다면 통상 이 안을 기초로 정비계획이 수립된다”고 말했다. 주택형 등 구체적인 것들은 바뀔 수 있지만 큰 그림은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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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소시엄의 제안은 소형주택 의무비율(건설 가구 수의 60%)을 지키면서 주택형을 다양화(전용면적 51~135㎡형)하는 것이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 같은 기본 방식과 기존 주택의 면적을 10%만 넓히는 1대1 재건축이 모두 가능하다. 에이앤유디자인그룹 황성택 팀장은 “방식별로 장단점이 뚜렷해 어느 게 낫다고 할 수 없다”며 “공모 때는 중대형을 만들어야 단지를 고급화할 수 있다고 보고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지키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지 면적(24만3676㎡)의 10%를 기부채납(부지 일부를 도로나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하고, 용적률 299%를 적용해 최고 50층으로 짓는다는 게 제안안의 뼈대다. 이를 토대로 J&K부동산투자연구소가 주변 시세 등을 감안해 주민들의 추가부담금을 산출한 결과 기존 76㎡형(이하 전용면적)을 보유한 주민이 84㎡형을 배정받는다면 1억4000만원 정도 추가로 내면 될 것으로 예상됐다. 84㎡형 주민이 같은 84㎡형을 배정받으면 추가로 드는 비용이 거의 없고, 84㎡형에서 102㎡형에 가려면 3억원 정도를 내야 한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중대형을 늘리더라도 일반분양이 많아 주민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시세 대비 투자성은 어떨까. 현재 76㎡형은 8억3000만~9억3000만원, 84㎡형은 10억~11억원 선이다. 9억원에 76㎡형을 사서 84㎡형을 배정받으면 총 10억4000만원 정도가 든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조사에 따르면 주변 84㎡형이 11억~12억원 정도다. 하지만 투자성에는 변수가 있다. 제안안 자체가 확정된 정비계획이 아니어서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알 수가 없다.

제안안이 기초가 된다고 해도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부담금을 고려해야 한다. 상한제가 유지되면 분양가(일반분양분)를 시세만큼 받지 못해 추가부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 재건축부담금도 완화되지 않을 경우 많게는 억대로 예상된다. 다만 은마아파트는 공공관리제(공공기관이 사업관리를 하는 것) 대상이어서 부담이 다소 준다. 서울시는 이 제도로 사업기간이 종전(평균 7.7년)보다 평균 2~3년 줄어 추가부담금도 20~30%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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