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구단의 강공경영 홈런될까 병살타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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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메이저리그의 명문 뉴욕 양키스는 시즌 성적 1백3승59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차지했다.

그 해 양키스를 이끌었던 딕 하우저 신임 감독은 일약 뉴욕의 스타가 됐다. 신임 감독이 시즌 1백승 이상을 올린 것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네번밖에 없었다. 대단한 성과였다.

그러나 하우저의 '봄날'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양키스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했고, 양키스의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72)는 리그 챔피언 결정전이 끝난 뒤 하우저의 사표를 받아냈다.

스타인브레너는 로열스전에서 무리한 주루 플레이를 유도한 3루코치를 먼저 해임했다. 하우저는 자신을 보좌하고 있는 코치를 일방적으로 해임한 데 반발해 자신도 사표를 제출했다. 스타인브레너는 그 사표를 '기꺼이' 수리했다.

조지 스타인브레너.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구단 양키스를 29년째 소유하고 있는 그는 가장 성공한 구단주지만 '독불장군' '폭군' '히틀러' 등 악명높은 별명을 갖고 있다.

특유의 공격적 경영과 아무리 성적이 좋은 감독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갈아치우는 변덕스러움, 우승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성격 때문이다. 그는 구단주로 있는 29년간 감독 교체만 21번, 단장 교체만 11번을 했다. 그 가운데 빌리 마틴(작고) 감독은 취임과 해임을 다섯번이나 겪었다.

국내 프로야구에도 스타인브레너와 같은 강한 개성의 구단주 또는 사장이 나타나기를 기대했던 야구팬이라면 이제 LG 트윈스 어윤태 사장을 지켜볼 일이다.

지난 23일 김성근 감독을 해임하는 과정은 애써 글을 다시 읽지 않더라도 앞서 말한 80년 양키스의 상황과 비슷하다(LG로서 섬뜩한 대목이 있다면 딕 하우저는 이후 로열스로 옮겨 85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고, 87년 하우저가 세상을 떠나고 7년이 더 지난 94년에야 양키스의 전성기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윤태 사장은 이번 조치로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 신필렬 사장과 야구단 경영스타일에서 극과 극의 대조를 보였다. 삼성 신사장은 야구단 경영을 자신이 6년간 몸담았던 병원 운영에 빗대어 표현했다.

야구단은 의사들이 모인 병원처럼 '전문가 집단'이며 간섭과 자체 조직의 위계가 깨지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특징을 가졌다고-.

그래서 삼성 프런트는 선수단이 감독의 책임 아래 움직인다는 원칙을 세웠으며 김응룡 감독을 만나서도 절대 야구 얘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삼성 신사장이 감독에게 전권을 주고 자신은 무대 뒤로 물러났다면, 저돌적인 LG 어사장은 승리의 순간 운동장에서 선수들과 껴안고 직접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감독을 경질한 셈이다.

이제 지켜볼 것은 LG의 '한국판 스타인브레너'가 그 결과(성적)도 양키스를 따라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짚고 넘어갈 것 하나. 스타인브레너는 자신과 가장 많이 싸웠던 빌리 마틴이 사망하자 그의 묏자리를 베이브 루스의 묘지 근처에 마련해주는 인간적인 면을 지니고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어사장으로부터 위로전화도 한 통 받지 못했다지만.

야구전문기자 pine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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