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⑧ 2010 겨울올림픽 유치 나선 강원도: "道 발전 20~30년 앞당길 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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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10년 겨울올림픽 개최지가 발표되는 2003년 7월 2일 체코 프라하에서 '평창 코리아'를 울려퍼지게 하려는 움직임이 부산하다.

'미래의 땅'이라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개발축에서 소외됐던 강원도. 낙후의식에 젖어 있던 강원도민들이 '강원도 세상'이라는 신천지 개발을 위해 뜻을 모으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강원도의 자연적·지정학적 우수성을 살려 겨울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19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2010년 평창겨울올림픽 유치 범도민 후원회에 참석한 1천여명 각계 인사의 표정에선 비장함까지 엿보였다. 이날 올림픽 유치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결의한 이들은 평창이 공식 후보도시로 선정되기까지 지난 3년 동안 열심히 뛰어온 유치위원들이다.

이들은 평가위원의 현지 실사를 앞두고 개최도시 결정에 중요한 요소인 도민들의 유치 열기를 고조시키고 범국민적인 관심과 참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강원도와 도민들은 잘 사는 강원도를 만들기 위해 겨울올림픽 유치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겨울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각종 인프라가 확충되고 생산 유발 효과를 거두는 한편 강원도가 세계적인 겨울스포츠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지금까지 나름의 자연환경과 생태자원을 이용하면 아시아에서 제일가는 관광레저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아 장기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해 왔다. 일본 나가노의 경우 6년 연속 감소하던 스키 관광객이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증가세로 돌아섰듯이 겨울올림픽이 대회 기간은 물론이고 그 뒤의 관광객 증가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겨울올림픽의 중심 목표를 '다원적인 국제관광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관광올림픽'으로 확정했다.

강원도는 겨울올림픽 유치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대회와 연계한 핵심 발전전략도 세우고 있다. 적은 인구, 취약한 제조업 기반을 극복하고 잘 사는 고장을 만들기 위해 관광레저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도민들도 겨울올림픽이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유치 가능성=후보 도시 가운데 하나였던 스위스 베른이 신청을 포기해 경쟁 상대 도시가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와 캐나다의 밴쿠버, 두 도시로 줄었다. 평창은 경기장 시설면에서 이들에 다소 떨어지지만 대내외적인 여건을 충분히 활용하면 개최 도시가 될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평창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 분단지역으로서 평화와 화합이라는 IOC정신을 받들어 '평화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명분을 살릴 수 있다. 또 유럽 및 미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아시아권의 겨울 스포츠에 대한 IOC의 배려도 기대한다.

대륙간 순환 개최라는 전례도 개최지 확정 가능성을 크게 해준다. 1998년 나가노(일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미국), 2006 토리노(이탈리아) 등 대륙별로 돌아가며 겨울올림픽이 개최돼 2010년에는 아시아권 도시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2012년 여름올림픽 유치 경쟁 상황도 평창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런던과 파리·로마 등 여름올림픽 유치에 나선 유럽국가들이 잘츠부르크에 호의적이지 않은 데다 토론토(캐나다)와 뉴욕이 여름올림픽 유치에 나선 것은 같은 나라, 같은 대륙인 밴쿠버에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유치 전략=IOC는 2010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결정과 관련해 해당 도시 인사들과 IOC위원들의 개별 접촉을 금지하는 등 후보 도시들의 로비를 철저히 막고 있다. 유치와 관련한 스캔들을 방지한다는 윤리규정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강원도는 2003년 1월 IOC에 제출하는 '신청 파일'의 완벽한 작성과 현지 실사 준비에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18개 항목, 1백99개 세부항목으로 이뤄진 신청파일을 작성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30여명의 팀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 2월 14일부터 나흘간 이뤄질 IOC조사평가위원회의 현지 실사에서도 평가위원들이 평창의 우수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IOC윤리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국제회의와 행사 등에 대표단을 보내 IOC위원과 겨울스포츠 관계자들을 접촉하고 있다. 또 국제경기단체 관계자· 선수·미디어· 스포츠 관련 기업 등 각계 인사들에게 '아시아권의 겨울 스포츠 활성화''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서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개최' 등의 명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유치 효과=88서울올림픽·2002월드컵·2010겨울올림픽 등 세계 스포츠의 3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함으로써 대한민국은 명실 공히 스포츠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겨울·여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나라는 미국·프랑스·독일·일본·캐나다·이탈리아 등 6개국뿐이다.

국가의 신인도와 위상이 높아지는 것과 함께 강원도에서 올림픽을 치러냄으로써 '세계 속의 강원도'를 각인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교통과 통신 등 각종 인프라 확충으로 지역경제 발전의 전기가 마련되는 것은 물론이고 겨울스포츠의 국제적인 중심지로 자리잡아 관광산업이 활성화되는 등 강원도 발전을 20∼30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원발전연구원은 겨울올림픽을 개최할 경우 국가적으로 2조1천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9천8백억윈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등 모두 3조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3만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강원도만으로도 8천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 1만1천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대회 자체도 2천억원의 흑자대회로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춘천=이찬호 기자

kab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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