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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으로 부활한 '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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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지난 6일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 공연이 끝나자 2천여명의 청중이 일제히 일어나 갈채를 보냈다. 객석에 있던 록그룹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럼 주자 로저 테일러가 무대로 불려 나왔고, 지난 1991년 에이즈로 사망한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를 대신해 그의 어머니 제르 벌사라가 나와 꽃다발을 받았다.

영국 작곡가 톨가 카시프(40)가 2년 걸려 완성한 '퀸의 음악에 영감을 받은 6악장 교향곡'(이하 '퀸 심포니')을 로열필하모닉이 초연한 날의 풍경이다.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위 아 더 챔피언''라디오 가가' 등 14곡이 관현악의 파노라마 속으로 녹아들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 악장에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베토벤과 거슈윈·라흐마니노프·칼 오르프를 합쳐 놓은 듯한 이 음악은 오히려 '퀸 주제에 의한 피아노·합창·관현악을 위한 랩소디'라는 제목이 잘 어울릴 것 같다. 퀸의 열렬한 팬들이라면 이 음악을 듣고 짙은 추억에 잠길지도 모른다.

'퀸 심포니' 초연이 더욱 관심을 모은 것은 최근 록그룹 퀸에 대한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브리티시 팝차트가 집계한 '영국인이 좋아하는 팝송'에서 '보헤미안 랩소디'가 1위를 차지했고, 퀸의 음악을 소재로 한 록 뮤지컬 '위 윌 록 유'가 관객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EMI에서 출시된 로열필하모닉의 '퀸 심포니'는 현재 아마존 닷컴 음반판매 집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훅트 온 클래식'으로 유명한 로열필하모닉은 90년대 이후 '퀸 클래식''퀸 랩소디''퀸 컬렉션''뮤직 오브 퀸'등 여러 장의 음반을 발표해왔다. 로열필은 이밖에도 마돈나·오아시스·아바·엘튼 존·비틀스·조지 마이클 등의 팝 음악을 관현악곡으로 편곡, 연주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초연된 '퀸 심포니'가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한 관현악 편곡에 머물지 않고 완결된 형식의 교향곡으로 승화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곡가 겸 지휘자·프로듀서로 활약 중인 카시프는 런던왕립음악원 출신. 지난해 개봉된 줄리언 심슨 감독의 영화 '크리미널'을 비롯, BBC 다큐 '걸프전'의 테마음악을 작곡했다. 최근엔 소프라노 레슬리 개럿의 음반 편곡을 도맡아 해왔다.

다른 팝송과 달리 퀸의 노래에는 상당한 음악적 깊이가 있다는 게 음악학자들의 분석이다(http://queen.musichall.cz/analysis).

상투적인 선율과 화음에서 탈피해 있다는 얘기다. 4분의 4박자의 노래에서 8분의 6박자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오페라를 방불케 한다. 게다가 퀸은 70년대 후반 유행했던 '심포닉 록'의 계열에 속해 있어 교향곡과 매우 잘 어울린다. 작곡자 카시프는 곡목 해설에서 이렇게 썼다.

"퀸의 음악에는 클래식과 록이 잘 섞여 있다. 얼핏 들으면 록에 바탕을 둔 사운드 같지만, 드럼 비트를 걷어내고 심층으로 들어갈수록 클래식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느낀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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