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세대 병사는 무슨 꿈 꾸고 사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7면

눈물에 젖은 '짬밥', 발이 온통 짓물렀던 고난의 행군길, 머리에 상흔까지 남긴 원산폭격….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는 믿음으로 군대 생활을 견뎌낸 이들이 술만 마시면 떠벌리는 추억의 레퍼토리들이다. 군대 이야기는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끝없는 생명력을 가지고 술자리에서마다 부활하곤 한다. 그렇다면 요즘 제대하는 신세대 병사들은 어떤 추억을 가지고 부대 문을 나서는 걸까. 그 의문을 풀어줄 드라마 한 편이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MBC와 국방홍보원은 신세대들의 군대 생활을 본격적으로 다룬 4부작 병영 드라마 '막상막하'(연출 임태우·사진)를 25일부터 방영한다. 25·26일에는 1부와 2부가, 12월2일에는 3·4부가 같이 방송된다. '에어포스'(2000년), '네이비'(2001년)에 이은 세번째 합작 드라마다.

'막상막하'는 명랑 쾌활한 신세대들의 병영 일기를 통해 달라진 군대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야전 지휘관 자리에 여성 장교가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여성의 달라진 사회적 위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드라마엔 탤런트 이훈, 개그맨 서경석 등 현재 현역으로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연예인들이 직접 출연해 실감 나는 연기를 보여 준다. 이훈은 세 번이나 군기 교육대를 다녀온 상병 최장우로 출연한다. 군 안에서 저지를 수 있는 사고는 한번 이상씩 저질러 본 문제의 인물이다.

개그맨 서경석은 삐치기 일쑤고, 술과 여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대장 변정식 병장으로 나온다. 여기에 그룹 핑클의 멤버 성유리가 미모의 여소위 이강현으로 출연한다. 그녀는 드라마 속에서 남자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엄청난 사격술을 보여주면서, 여성의 존재를 무시하는 부대원들을 차츰차츰 자신의 지휘권 안으로 끌어 들인다.

'막상막하'엔 전투 장면 등 볼거리도 넉넉한 편이다. 지난달 내내 경기도 연천군의 열쇠부대에서 촬영을 했다. 강훈련 때문에 출연자 대부분이 무릎과 팔꿈치가 까지고 다리가 붓는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고 한다.

지난 22일 시사회장에서 한 출연자는 "창조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자신감 넘치는 신세대 병사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고 자랑하면서 "야인(野人)잡는 게 군인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SBS '야인시대'의 인기에 얼마나 맞설지 주목된다.

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