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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 일본·대만 대사직 제의 사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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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포르피리오 로보 온두라스 대통령이 한국과의 관계를 최상급으로 끌어올리려고 장모를 주한 대사로 내정했다. 하지만 뒤늦게 헌법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알고 내정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장모는 일본과 대만 대사직을 제의 받았지만 사절했다.”

지난 3월 주한 온두라스 대사로 내정됐다가 철회된 동포 강영신(57) 온두라스 한국학교장의 사위 미첼 이디아케스 바라다트(42·사진). 그가 장모 대신 주한 온두라스 대사로 임명돼 지난 11일 서울에 부임했다. 13일 서울 공평동에 있는 온두라스 대사관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주스페인 온두라스 공사를 지낸 외교관인 그는 “태권도 유단자이며 한국어를 열심히 배울 생각”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 부임 소감은.

“온두라스에서 서울까지 24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왔지만 인천공항에 내리는 즉시 피로가 확 가셨다. 내 인생에서 큰 의미를 갖는 순간이었다. 한국에는 처음 왔지만 장인·장모 덕에 아주 친숙한 느낌이 든다. 온두라스 동포 1호로 태권도장을 운영했던 장인 고(故) 송봉경 선생으로부터 열 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고, 장모에게선 한국인의 정과 한국 문화의 미를 배웠다. 로보 대통령도 야인 시절 장인의 도장에 오랫동안 다녀 두 사람은 절친한 사이가 됐다.”

- 장모가 못한 주한 대사직을 사위가 대신한다.

“온두라스 헌법에 ‘귀화한 온두라스인은 원적 국가 대사로 봉직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로보 대통령은 1992년부터 온두라스 정부 외교관으로 일해온 나를 주한 대사에 임명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과 관련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장모를 둔 내가 적임자라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장모는 10월쯤 한국에 와 함께 지낼 예정이다.”

- 강씨가 한국 국적을 재취득하려 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아니다. 장모는 한 번도 그런 시도를 한 적이 없다. 장모는 온두라스 시민임을 자랑스러워하며, 온두라스인도 장모를 사랑한다.”

- 부인 송이백(치과의사·32)씨와는 어떻게 만났나.

“내가 어릴 적 장인의 태권도장에 다닐 때 아내는 갓난아기였다. 외교부를 잠시 떠나 온두라스 제2도시인 산페드로 술라에서 은행장으로 일하던 2002년에 치과대학 4년생이던 아내가 자원봉사를 오면서 재회해 2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지금은 네 살과 태어난 지 두 달 된 아들을 두고 있다장인과 장모 모두 ‘오래 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가문과 인연이 맺어졌다’며 좋아했다.”

- 주한 대사로서 어떤 일에 역점을 둘 생각인가.

“온두라스는 한국을 아시아의 전략적 교두보로 삼으려고 한다.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 경험을 배워 온두라스를 세계 15위권 경제국가로 키우고 싶다. 내년쯤 로보 대통령의 방한을 추진하려 한다.”

글=전수진 기자
사진=박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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