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유 콧수염 단 형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8면

장나라가 남자 친구와 '빼빼로' 먹기 게임을 한다. 양쪽 끝을 입에 물고 조금씩 깨물어 먹다가 살짝 입을 맞추는 게임이다. 입맞춤의 달콤한 기대를 가지고 야금야금 깨물어 가다 마지막 남은 빼빼로가 남자 친구의 입으로 쏙 들어가 버리는 순간, 장나라는 친구의 양쪽 귀를 부여잡고 분개한다. 약간 보기 민망해지려는데, 장나라가 남은 빼빼로를 보면서 분을 삭이지 못하는 표정으로 남자 친구에게 "이리 와"라며 씩씩거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웃음이 터진다.

이처럼 광고에서 유머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또 관심과 호감을 끌어낸다. 따라서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목적인 광고에서 유머가 많이 쓰이는 것은 당연하다. 웃음은 파격에서 나온다. 사람들의 상식·격식·고정관념과 기대의 틀을 깨뜨려야 웃길 수 있다.

미국에서 우유 소비가 점차 줄어들자 전국의 낙농업자들이 모여 우유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냉장고에서 우유가 떨어졌을 때 우유의 필요성을 가장 절실하게 느낀다는 점에 착안해 광고 슬로건을 "우유 있어요?(Got Milk?)"로 했다.

광고 방식도 슬로건만큼이나 간단하다. 광고 모델이 우유를 마신 다음 입술 위에 생기는 우유 자국, 즉 미국식 표현으로 '우유 콧수염(milk moustache)'이 그대로 남아 있는 얼굴로 등장하는 것이다.

1993년 이 광고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수많은 유명인, 스포츠 스타, 영화·만화 주인공이 모델이 됐는데 그 분위기와 표정들이 하나같이 파격이고 예술이다.

광고 모델 얼굴의 우유 콧수염은 중후한 멋의 중년 배우, 근육질의 축구 선수, 섹시한 모습의 패션 모델 등의 기존 이미지를 여지없이 망가뜨리고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를 선사한다.

도시 범죄를 다루는 TV 시리즈 '뉴욕 경찰(NYPD Blue)'에 나오는 두 형사 주인공이 우유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는 얼굴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광고(사진)를 보고 웃지 않을 사람이 없다.

이렇듯 유머 광고는 복잡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광고에 쓰이는 유머는 주제가 되는 상품과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한다.

유머와 상품 간의 연결고리가 약하면 광고나 광고 모델은 인기를 얻었는데도 정작 상품 매출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웃지 못할' 사태가 생기기도 한다.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