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론 불확실성 해소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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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층 커진 미국·이라크 전쟁 가능성이 세계 증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라크 무장해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라크는 오는 15일까지 무기사찰 수용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 미국의 공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의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증시는 약세를 면치못하고 있다. 전쟁 우려감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1일 종합주가지수는 17.07포인트(2.52%) 떨어져 657.78로 장을 마쳤다. 대만 가권지수가 3.0% 떨어지는 등 싱가포르·홍콩 증시 등 아시아 증시도 뒷걸음질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미국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0.57%, 1.27% 떨어졌다.

그러나 설사 전쟁이 터지더라도 증시에 미치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KGI증권 윤세욱 이사는 "전쟁이 발발해도 미국의 군사력을 감안할 때 단기전이 될 것"이라며 "전쟁 우려감이 주가에 이미 반영된 만큼 증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5일이 전쟁 향방 갈림길"=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결의안 통과가 전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의안이 향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투증권 최정식 투자전략팀장은 "증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그동안 미국에 비협조적이었던 시리아 등이 결의안을 지지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라크가 무기사찰을 거부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무기사찰을 거부하면 미국의 공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조덕현 시황분석팀장은 "이라크로선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기 때문에 무기사찰을 거부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가 무기사찰을 허용할 경우 세계 증시는 전쟁 위험이 소멸되면서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세계 주가가 떨어진 것은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당 부분 작용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도 현재의 배럴당 25달러(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기준)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15일 이라크가 무기사찰 거부 입장을 밝힐 경우 세계 주가는 단기적으로 크게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정세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유가가 오르고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목·업종별 희비=11일 전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업종·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유가 급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로 전날보다 각각 6%, 4.23% 떨어졌다.

반면 보안장비 DVR(디지털영상기억장치)를 만드는 업체들은 상승세를 탔다. 코디콤과 아이디스는 각각 5.97%, 2.92% 올랐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태진 연구원은 "세계 DVR시장이 2005년까지 연평균 8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전쟁 가능성으로 보안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렸다"고 진단했다.

한편 전쟁으로 긴장이 고조될 때 금이 대체 투자수단으로 관심을 모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금광개발 사업을 하는 영풍산업(+1.55%)·현대상사(+1.83%) 등도 올랐다. 방독면 생산업체 해룡실리콘은 1.85%, 군용 소프트웨어업체인 테크메이트는 1.5% 상승했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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