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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3세 미스 유니버스 브룩 리 한국 도자기 다큐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차츰 내 마음이 한국으로 기우는 것 같아요. 이번 작업을 통해 나의 정체성도 찾아보고 싶고요."

지난 10일 폐막한 하와이 국제영화제를 찾은 1997년 미스 유니버스 브룩 리(30·한국계 3세).

미스 유니버스가 된 이후 방송 패널·CF 모델 등으로 활동한 그가 한국 도자기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세라믹 다큐멘터리'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도자기 기술이 어떻게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오늘의 현황은 어떤지 등을 조명할 이 작품에서 그는 프로듀서 겸 내레이터를 맡을 계획이다.

"몇해 전 일본 도자기가 미국에서 비싼 값에 팔렸다는 기사를 봤는데 알고 보니 그 기술의 원조가 한국이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에겐 충격이었어요. 개인적으로 한국을 더 알고 싶은 마음과 함께 이를 다큐멘터리로 만들면 훌륭한 작품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미 폭스 TV의 '미국에서 가장 섹시한 미혼남'의 심사를 리가 맡았다는 소식이 전파를 타는 등 국내에선 그가 주로 모델이나 방송 패널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그의 관심은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쏠려 있다. 그는 지난해 싱가포르 케이블 방송국 미디어 워크 TV에서 '맨스 룸(Man's room)'이란 쇼 프로의 사회 및 공동 연출·각본을 맡았다.

지난 9월 미국에서 개봉한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발리스틱:에크스 대 세버'(Ballistic:Ecks vs Sever)에서는 친구인 태국계 감독 와이치 카오사야난다와 함께 프로듀싱 작업도 했다.

"화장을 하고 화면에 나서는 것보다 카메라 뒤에서 일하는 것이 더 흥미롭고 보람있다는 걸 느꼈어요. 앞으로 모델 활동보다는 프로그램 프로듀서 활동에 치중할 생각입니다."

지난해 초부터 한국 문화재 관련 다큐멘터리를 준비해 온 리는 최근 도자기 분야로 소재를 좁혔다.

현재 자료 조사와 제작비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리는 "내년 3월께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이 내년에 완성돼 미주한인 1백주년 기념의 해를 더욱 빛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리는 '2001 선댄스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섬'(김기덕 감독)의 해외 판매를 돕겠다며 자발적으로 나서 할아버지 나라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이민 간 이의손씨의 손녀다.

호놀룰루=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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