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산업'지키는 두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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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변리사의 업무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특허·실용신안 등 전통적인 업무에서 컴퓨터 프로그램, 반도체칩 회로설계, 생명공학, 인터넷 도메인 분쟁에 이르기까지 업무가 다양해지고 있다. 변리사들은 이제 신지식산업 전반에 걸쳐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주는 파수꾼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변리사 60여명으로 국내 최대인 김&장 특허법률사무소의 백만기(49)·김영(48)변리사로부터 업계의 최근 동향을 들어봤다. 白변리사는 산업자원부와 특허청에서 관료로 일하다 3년 전 합류했다. 金변리사는 특허청에 등록한 제1호 여성 변리사다.

-업계의 관심사는.

▶金=올해부터 변리사 시험 제도가 절대평가제로 바뀌면서 한해 합격자 수가 최대 1천명까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몇년 전만 해도 시험에 합격한 대다수가 특허법률사무소에 취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시험 합격자수가 2백명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새내기 변리사들의 취업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白=기업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대기업들이 변리사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허 소송대리권을 변리사에게 허용하느냐는 문제가 오랜 논쟁거리였다면 요즘은 지방법원에서 담당하는 특허침해 소송을 특허법원으로 집중하느냐의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허 문제로 소송을 당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는데.

▶白=외국 기업은 소송을 앞두고 철저한 준비를 한다. 따라서 소송이 벌어지면 약점을 보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 반면 소송 경험이 없는 국내 기업은 당황한 나머지 성급하게 기술료를 주기로 합의하고 타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격언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소송이 벌어지면 우선 외국 회사가 물고 늘어지는 특허권 주장에 무슨 허점이 있는지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을 특허 무효 심판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특허 분쟁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은.

▶金=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의 기업이 아직도 변리사를 자체 고용하고 있지 않거나 특허 부서를 두더라도 비전문 인력만으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 기업으로부터 침해소송을 당했을 때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불이익을 막고 분쟁의 소지를 방지하기 위해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변리사를 영입해야 한다.

▶白=한국 기업의 경우 중국 등 해외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날로 늘고 있어 지적재산권은 회사의 사활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그러나 특허 소송은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 해결하려고 하면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사전에 기업의 전략적 차원에서 특허 문제를 다뤄야 한다. 특히 회사의 연구개발(R&D) 기능과 특허 전략이 연계되도록 최고경영자(CEO)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金변리사는 23년간 여성 변리사로 활동하면서 겪은 고충은.

▶金=주변에서 여성이라고 차별하거나 특별 대우를 해주지는 않았다. 다른 직업에 비해 변리사는 비교적 여성들이 공정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변리사 시험에 여성합격자 수가 30% 수준에 이를 정도로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어느 정도 적성에 맞으면 한눈 팔지 말고 꾸준히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白=변리사는 새로운 기술과 부단히 씨름해야 한다. 고객과 기술적인 분야의 대화가 원활치 않으면 업무 수행이 제대로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법률 지식도 함께 갖춰야 한다. 업무상 변호사들과 일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각종 외국 문헌을 이해하고 외국 변리사들과 소통할 수 있을 정도의 외국어 능력도 필수다.

유권하 기자

kh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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