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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후보 공약' 왜 따로 노나]압력단체 票心이 큰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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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빅3' 후보의 정책 선택이 다수 유권자의 선택과 어긋난 것은 한마디로 이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지 못했음을 의미힌다. 이런 가운데 상대방 지지층을 빼앗아 오려는 이른바 '캐치올(catch all)'전략이 작용한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또 특정 이익집단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대목도 눈에 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지지층에서 받는 정책 지지가 일반 유권자의 평균 지지와 별 차이가 없고, 사안에 따라서는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이는 중앙일보가 보도한 '대선 예비주자 노선 대해부'에서의 입장과 비교해도 잘 드러난다.

호주제 및 호적제 개폐를 둘러싼 후보들의 공약은 입장 변화가 눈에 띄는 대표적 사례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가 '소폭 개정'에서 '대폭 개정'으로, 정몽준(鄭夢準)후보가 '대폭 개정'에서 '완전 철폐'로 옮아갔다.

노무현(盧武鉉)후보는 '완전 철폐'에서 '대폭 개정'으로 바뀌었는데 정책 관계자는 "호주제 완전 철폐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성이지만, 설문에 호적제까지 포함돼 있어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권자 10명 중 6명이 '약간의 개선'(44.9%), 또는 '현행대로 유지'(16.6%)라고 답하는 등 유지 쪽 의견이 다수인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세 후보 측은 모두 여성단체의 의견을 상당히 고려했음을 인정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호주제 유지를 선호하는 층에선 호주제 문제가 후보 선택의 큰 요인이 아닌 반면, 호주제 철폐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호주제에 대한 입장을 보고 지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른바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뜻이다.

주5일 근무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세 후보 모두 '대기업·금융기관부터 일단 시행' 쪽을 선택했다.

그러나 유권자의 18.5%는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했고, 47.5%는 '경제 여건상 시기상조이므로 기업의 여건을 봐가며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3분의2의 유권자가 부정적·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후보들이 일반 유권자보다는 목소리가 높은 노동단체의 입장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세 후보 중 누구도 '전면 실시'를 내걸지 못한 것은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난색을 표하는 경제단체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李후보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각급 학교·관공서 주5일 근무제 실시'를 공약으로 내건 적이 있어 결과적으로 다소 물러선 셈이다.

鄭후보가 지난 9월 출마 선언한 직후 고교 평준화 폐지를 주장했다가 '수정·개선'으로 바꾼 것도 "다수의 유권자가 평준화 정책 유지를 바라는 현실을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약분업 문제는 후보들이 단순히 여론에 의존해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사례다.

盧후보 측은 국민의 절반 가량이 의약분업 재검토를 희망한 데 대해 "서서히 의약분업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鄭후보 측도 "의약분업을 백지화하자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인이 내놓을 공약이 아니다"고 말했다.

李후보 측도 동감을 표시하면서 "우리가 내놓은 의약분업 평가위원회 구성 방안은 의약분업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책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민심의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혼자서만 '엄격한 유지' 쪽을 선택한 李후보의 그린벨트 정책은 다소 색다른 동기에서 마련됐다.

李후보 정책 관계자는 "단순히 표만 생각하면 그린벨트 해제 쪽이 유리하겠지만, 경제 분야에서 성장 위주 공약을 많이 내놔 환경 분야에서 균형을 맞추려 했다"고 설명했다.

◇정치부 기획취재팀

이하경 차장, 최상연·김정하 기자

hakyung@joongang.co.kr

◇여론조사

안부근 전문위원

이주한 연구원

◇자문 교수단(가나다 순)

강원택(숭실대·정치학)

강인수(숙명여대·경제학)

김민전 (경희대·정치학)

서이종(서울대·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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