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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시·군 중국교류 주먹구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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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공무원이 현지에 장기간 파견되는 등 충남 시.군들의 중국 교류가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천안시는 박모(44.행정 7급)씨를 우호협력도시인 중국 산둥(山東)성 원덩(文登)시에 1년 체류 계획으로 파견했다. 원덩시도 공무원 한명을 파견했다. 두 도시의 공무원 교류 협약에 따른 것이다.

박씨는 중국어를 배운 적이 없어 현지에서 의사 소통을 통역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원덩시 공무원(29.여)은 한국어가 유창해 천안시청에서 빠르게 시정을 익히고 있다. 시 관계자는 "파견 공무원이 원덩시에 있는 천안상품전시관 운영도 돕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많은 돈을 들여 파견한 공무원이 고작 상품전시관의 경비 출납을 맡으면서 중국어 기초를 배우고 있냐"는 일부 지적엔 할 말을 잃었다.

더욱이 천안시는 파견 공무원을 내부 공모 절차없이 단지 박씨가 국제교류업무를 맡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뽑아 다른 공무원의 불만을 샀다. 파견 공무원은 현지서 아파트(20평 안팎)와 컴퓨터.TV 그리고 생활보조금을 지급받고 시로부터 어학연수비도 일부 지원받는다.

현재 충남 16개 시.군 가운데 13곳이 중국 18개 도시와 자매결연 및 우호협력을 맺었다. 나머지 시.군들도 앞다퉈 교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상대 도시에 대한 구체적 지식이나 장기 교류계획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기군은 산둥성 라이양(萊陽)시와의 우호협력 협정을 서두르고 있으나 이 도시는 이미 2001년 4월 서산시와 교류 관계를 맺은 상태다. 군 관계자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면서 "충남도와 국제화재단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5개 도시 중 골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산시는 광시(廣西)자치구 류저우(柳州)시와 교류를 추진중이다. 1997년 랴오닝(遼寧)성 푸란디엔(普蘭店)시 자매결연을 맺었으나 구체적 교류 실적이 없자 다른 도시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 도시는 중국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해 교류 실효성이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부여군은 96년 허난(河南)성 뤄양(洛陽)시와 우호협력협정을 맺었다. 의자왕이 백제 멸망후 이곳에 끌려가 사망했다는 역사적 연관성에서 선택한 도시다. 교류라곤 축제때 서로 서너번 오간 것이 고작이다. 태안군은 97년 산둥성 타이안(泰安)시와 "이름이 똑같다"는 이유로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중국 도시들의 '한국 탐구'는 체계적이다. 지난해 9월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시 및 원덩시는 한국어 초급 과정을 거친 공무원 39명을 한국에 파견, 아산 호서대에서 100일 동안 한국어 심화 교육을 시켰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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